9년만에 내부 출신 회장 발탁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손병환 NH농협은행장(사진)이 조직 리스크 관리, 디지털 전환의 중책을 맡게 됐다.

농협 내부에서 회장이 발탁된 것은 지난 2012년 농협금융 출범 당시 초대 회장이었던 신충식 전 회장 이후 두 번째이다. 그동안 농협금융 회장직은 줄곧 관료출신의 금융전문가들이 맡아왔다.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물이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향후 손 내정자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금융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손 내정자가 농협금융지주가 마주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손 행장을 최종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달 김광수 전 회장이 전국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긴급히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

1962년생인 손 내정자는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30년간 농협에서 금융 일을 해온 ‘농협맨’이다. 특히 중앙회 기획실장,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해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통한다.

손 내정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익성 방어, 리스크 관리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코로나19로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업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NIM 하락은 금융지주의 NIM도 영향을 준다.

내년 3월에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의 만기가 도래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할 경우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하는 것도 숙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2년까지 디지털 인프라구축에 1조2천억원, 전직원의 10%인 2천300여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손 내정자는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을 재임 시 NH핀테크혁신센터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에 크게 기여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전문성도 겸비했다.

농협금융 임추위 관계자는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 후보자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협금융을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대비 열악한 해외 사업 부문 강화도 과제로 지목된다. 농협금융은 2025년까지 해외 부문에서 자산 6조원, 당기순이익 1천600억원 달성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내정자가 은행뿐만 아니라 지주, 중앙회 등을 두루거치며 경력을 쌓아온 만큼 농협금융의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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