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800 전망했던 증권가, 3000으로 상향 조정
개인투자자 잡아라… WM중심으로 임원진·조직개편
올해 300조원 몰린 IPO시장…내년 대어급 상장 기대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2020년이 끝나가면서 증권업계에선 2021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돌파해 내년 3000선을 넘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저조했던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도 올해 동학개미운동으로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WM(자산관리)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IPO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내년 대어급 IPO로 불리 곳이 올해 보다 많기 때문에 역대급 화력이 기대된다. [편집자주]

코스피지수가 지난 21일 다시 한 번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일 상승하는 코스피로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3,000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
코스피지수가 지난 21일 다시 한 번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일 상승하는 코스피로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3,000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

증권가, 너도나도 코스피 3000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증권사들이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3,000 이상으로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3일 2602.59로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이어 잠잠할 것 같았던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순매수로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지난 21일 2,778.65까지 올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지난 3월19일 1457.64까지 폭락했던 코스피는 최고점까지 불과 9개월 만에 90.6% 급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코스피 상승세는 국내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망치중 신한금융투자가 3,200으로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3,080), 카카오페이증권(3,035), 흥국증권(3,000), 현대차증권(3,000), 한화투자증권(3,000), 하이투자증권(3,000) 등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증권사들은 10월부터 11월 사이 내년 코스피 목표치 전망 보고서를 낸다. 이기간 대부분의 증권사가 2,500~2,800을 예상했지만 11월부터 급등한 코스피로 전망 보고서를 수정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JP모간도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목표 지수를 3,200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낙관론과 기업 실적 회복 가시화, 대형주 중 헬스케어와 배터리 비중 증가 등이 가치평가 상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코스피 3,000 전망하는 이유는 단순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따른 한국 상장사 이익 호조 전망, 달러 약세-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지속, 넘쳐나는 유동성 등이 꼽힌다.

이중 저금리 시대의 '유동성'과 '달러화 약세'가 코스피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시중엔 지난 4월부터 통화(M2 기준)가 사상 처음으로 3천조원 가량 풀린 상태다. 시중 통화량은 2005년 7월 1천조원을 돌파후 2014년 6월에 2천조원을 넘어섰다. 시중 대출·예금 관련 통화가 3천조원을 넘은 만큼 자금이 코스피에 몰린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매력을 크게 느끼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재정지출 부담으로 미국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백신공급으로 국내 상장사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돼 코스피 상승랠리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128조원으로 예상되는 내년 순익 컨센서스의 10% 상향을 가정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을 역사적 고점인 13배까지 적용했다"며 "파운드리, 배터리, 전기차 등이 코스피 이익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내년 키워드를 리테일 강화로 내세우면서 WM부문 임원진과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증권사들이 내년 키워드를 리테일 강화로 내세우면서 WM부문 임원진과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변화하는 증권사…키워드는 리테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2021년을 대비해 WM중점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 열풍으로 리테일 수익이 크게 늘었던 만큼 전문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신축년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1월1일자로 영업력 경쟁력 강화와 운용전문성 제고, 플랫폼 Biz 체계 정립을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Biz)강화를 위해 기존 eBiz본부 기획·개발조직과 MINT(Mobile Investment)부를 통합해 ‘디지털플랫폼본부’를 신설했다. 신설된 ‘디지털플랫폼본부’는 정일문 대표이사 직속으로 운영된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특허청에 비대면 투자와 관련한 상표권도 대거 출원·공고했다. 여기에는 소액으로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한 모바일 해외주식투자서비스 미니스탁을 비롯해 핀비, 팝콘스탁, 포켓스탁 등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표들이 포함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리테일 부문에서 디지털채널 확장과 비대면 고객유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WM디지털사업부를 신설했다.

해당 사업부 아래에는 비대면 고객자산관리서비스를 담당하는 디지털영업본부와 디지털 기반에 최적화된 특화상품과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솔루션본부를 편제해 비대면 고객도 온라인상 프라이빗뱅크(PB) 서비스를 받는 수준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WM사업부는 기존 5개 지역본부를 4개 지역본부로 재편하고, 영업점 대형화 및 PB화 진행으로 소외될 수 있는 고객들에 대한 전담 자산관리서비스를 담당할 고객지원본부를 신설했다. 프리미어블루본부 내에는 PB서비스기획부를 신설해 고액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 모델을 구체화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최근 WM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의 내년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WM마케팅본부와 VIP솔루션본부를 WM총괄 직할로 개편하고, 서울의 지역 본부를 4개에서 5개로 확대했다.

또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고객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WM 분야의 승진을 확대했다. 최준혁 WM영업부문대표와 김기환 WM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장의 상무 승진을 비롯해 WM부문 인력의 승진을 확대했다. 전체 승진 인사 66명 중 3분의 1이 WM부문에 집중됐다. 각 지점 센터장들을 비롯한 지역본부장들이 상무, 이사급으로 승진했다.

WM분야의 전통 강자로 불리는 삼성증권은 3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로 금융자산과 세무, 부동산 등 포괄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대 규모의 초고액자산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30억 이상 고객 수가 2천300명, 자산 71조원으로 각각 2배, 2.2배 늘었다. SNI는 초고액자산가 전담점포인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등 4곳이 있다.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김상훈 리테일전략담당과 백혜진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증권사의 정통사업인 리테일 부문은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신사업에 비해 분위기가 저조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폭풍매수로 리테일, 자산관리 실적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다시 WM 역량 확대에 나선 것이다.

3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천687억원으로 2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4조5천76억원에 달한다.

이중 당기순이익 기준 브로커리지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증권 41.97% 미래에셋대우 39.6%, 한국투자증권 35.6%, NH투자증권 30%를 차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증시 호황을 통한 WM 성장세가 높게 점쳐지는 만큼 업계에서 관련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여기에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실적을 이끌었던 기업금융(IB)도 성장시켜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증권사들의 목표다“고 말했다.

올해 IPO 광풍으로 내년 IPOT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지점을 방문했을 때 현장 모습.<사진=삼성증권>
올해 IPO 광풍으로 내년 IPOT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지점을 방문했을 때 현장 모습.<사진=삼성증권>

더욱 기대되는 IPO시장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 자금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내년에도 대어급 IPO가 기다리고 있어 IPO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노 소재 기술 기업 석경에이티(23일 상장)를 마지막으로 2020년 IPO 시장이 막을 내렸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76곳으로 공모금액 5조7천억원, 청약증거금 295조5천억원이다.

2019년(76곳)과 2018년(78곳)에 신규상장한 기업의 수는 비슷하지만 청약증거금은 100조원도 되지 않았다.

올해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IPO 시장의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하며 증시에 활력을 제공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무려 58조5천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고 빅히트도 58조4천억원, SK바이오팜 30조9천억원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30조원이었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SK바이오팜은 나란히 역대 최대 증거금 1∼3위를 꿰차 IPO의 새 역사를 썼다.

또한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장 이틀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는 이른바 ‘따상상’을 기록한 기업도 총 4개사(소룩스·카카오게임즈·SK바이오팜·엘이티)에 달했다. 이중 SK바이오팜은 유가증권시장 기업 최초로 상장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기도 했다.

이 같은 IPO 시장 열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와 같은 대어급 IPO가 기다리고 있어 증시에 유동성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증권사 수장이 주관사PT에 참석하면서 IPO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 대어급 상장사를 살펴보면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세우는 LG에너지솔루션, 배틀그라운드 회사인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기업가치는 LG에너지솔루션 40조~50조원, 크래프톤은 30조원, 카카오뱅크 6조~40조, 카카오페이 7조~10조, 카카오페이지 2조~4조, SK바이오사이언스 3조~5조원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에게 늘어나는 공모주 비중도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개인 투자자 배정물량을 기존 20%에서 최대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가 미달한 물량의 최대 5%(전체 공모 물량의 5%)와 고위험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됐던 물량의 5%(전체 공모 물량의 5%)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요예측제도는 기관중심으로 가는 게 기본적이지만 과거 20년 데이터를 봐도 개인투자자 경쟁률이 높았다"며 "투자자가 증가한 만큼 배정에 형평성을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어급 IPO흥행과 공모주 비중을 늘린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어급 업체들의 공모규모를 감안하면 유동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참여와 공모 시장에 대한 유동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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