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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리 창작우화]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66. 걱정과 비판 담당관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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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8  08: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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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걱정과 비판 담당관

 

(1)

두 사람의 젊은 선비가 똑같이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초시(初試)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만을 골라 왕 앞에서 두 번째 시험인 전시(殿試)가 치러졌는데, 여기에서 장원을 다툰 두 사람이 추밀원의 낭사(郎舍)로 특별 채용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전에 없던 중대한 직책이 맡겨졌다. 그들은 매일 아침 왕의 조회 때마다 직접 참석하여 왕의 언행이나 명령, 통치 전반에 대한 간쟁을 하도록 특별한 지시를 받았다. 고대의 경전과 역사, 문학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왕을 깨우쳐 국정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바로잡게 하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의 성격은 같지만, 구체적으로 다른 역할이 주어졌는데, 한 사람은 왕의 명령을 긍정적 측면에서 보고 주로 칭송해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왕명을 부정적 측면에서 보고 주로 비판을 가하는 것이 임무였다. 사람들은 한 사람을 ‘긍정과 칭찬 담당관’으로, 다른 한 사람을 ‘걱정과 비판 담당관’으로 불렀다.

이들에게 임무를 분장할 때, 왕은 두 사람을 직접 불러 특별 직무에 대해 취지를 직접 설명해주었다. 그때 걱정과 비판 담당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임금도 사람인지라 그가 아무리 총명하다 해도 실수나 허점이 없을 수 없다. 자네는 그것을 치밀하게 가려내어 비판하여야 하며, 그러나 단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선왕들은 위대한 정치를 펴기는 했으나, 내가 보기에 듣기 좋은 말을 선호하고 귀에 쓴 말을 듣기를 게을리 하셨다. 이 나라 역사가 백년을 넘어가는데도 아직 중원에서 강국이 되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도 있을 것이야. 그래서 이번에 각별히 새로운 직책을 정한 것이니, 조금도 저어하지 말고 내게 필요한 간쟁에 힘쓰도록 하라. 이것으로 우리나라가 부국강병에 특별한 진전이 있기를 바라노라. 그대가 나의 면전에서 하는 모든 말은, 그것이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 왕의 권한으로 그대를 보호하겠노라.”

이러한 ‘면책특권’은 왕의 면전에서 마음껏 혹독한 비판을 가하는 대신, 바깥에 나가서는 절대로 같은 말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주어졌다. 젊은 선비는 깊이 머리를 숙이며 하명하였다.

“옛날 춘추시대에 진(晉)나라 제후 조앙에게 주사라는 가신이 있었습니다. 제후의 면전에서 직간을 서슴지 않아 때로는 제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죠. 그러나 주사가 먼저 죽었을 때, 조앙은 대부 가신들과 조회를 가질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언짢아했습니다. 불안해진 가신들에게 제후가 말했답니다.

‘그대들에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오. 다만 천 마리 양의 가죽이 한 마리 여우의 겨드랑이가죽만 못하다(千羊之皮 不如 一狐之腋)는 말이 있소. 우리가 조회를 가질 때마다 모두들 공손히 예, 예라고만 하니 주사처럼 기탄없이 직언하는 소리를 한 마디도 들을 수가 없소.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신이 미천하오나, 대왕마마의 분부를 삼가 받들곘사옵니다. 주사가 제후 조앙의 등애가 되어 잠시도 게으를 틈이 없도록 경계한 것과 같이 미력을 다할 것이오니 제가 다소 무례하거나 어리석은 실언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해량하여 용서하시며 깨우쳐 주소서. 걱정과 비판 담당관으로 사력을 다하겠나이다.”

 

(2)

그들이 관직에 오른 첫해에 걱정과 비판담당관은 임금 앞에서 “이제 나라가 3년 후에는 가난해질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것은 왕이 먼 나라에서 수입된 고급 밍크코트를 입고 나타난 다음날 나온 비판이었다.

“옷 한 벌 값이 얼마나 한다고, 왕의 새 옷 때문에 나라가 가난해진단 말이오.”

칭찬 담당관이 즉시 제동을 걸자 비판 담당관이 대답했다.

“왕께서 지어 입으신 새 옷 한 벌 값이면 가난 백성 2백명에게 쓸만한 외투를 하나씩은 나눠줄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질 않습니다. 선량한 백성들은 존경하는 높은 사람의 행동을 보면 어떻게든 따라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왕께서 입은 옷을 보고 사람마다 밍크코트 지어입기를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고관대작이나 부자들이 시작할 테지만 유행은 점차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양털코트 한 벌 사 입는 것도 벅차죠. 하지만 모든 저축을 끌어모아 밍크코트 하나 사입는 것을 필생을 목표로 삼을 것입니다. 결국 옷사치로 인해 백성들은 가난해질 것이며, 백성이 가난해지면 나라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왕과 다른 대신들은 걱정 담당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대 말을 들으면 세상은 사는 재미가 아무 것도 없게 될 것 같소.”

3년이 지났으나 나라살림은 크게 가난해지지 않았다. 백성들이 내는 세금이 줄어들자 기존의 세율을 두 배로 높여서 국고에 충당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백성들은 더 가난해졌다.

 

(3)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다. 긍정과 칭찬 담당관은 고관이 되어 자신을 보좌할 많은 낭사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왕이 자신을 칭송하는 말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낭사들은 업무를 나누었다. 시인(詩人)들을 불러 용비어천가와 속편 시리즈를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최고의 예인(藝人)들을 모아 음악과 춤 무대를 꾸미는 사람이 있었고, 화가와 조각가들로 하여금 왕의 어진을 그리거나 동상을 만드는 일을 관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왕의 분부가 있을 때마다 ‘만세 만세’를 외치며 큰 절을 올리는 일과 왕에 관한 기사(記事)가 보도될 때마다 ‘역시 성군이로소이다’ ‘우리 임금님 천재?’ 등등으로 반응하는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담당자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과 비판 담당관은 여전히 말단에 머물고 있었다. 왕이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으므로 하루 단 한 번, 최대한 짧게 인사나 올리고 퇴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보좌관은커녕 그 자신의 자리마저 언제 없어질지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4)

다시 10년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도 긍정과 칭찬 담당관은 승진을 거듭했다. 추밀원의 사무총장을 거친 후에, 아직 쉰 살이 안된 젊은 나이로 정승 반열에 올랐다. 긍정과 칭찬 담당 정승의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가운데 시인들의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임금은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왕은 하루에 백 마디의 칭송을 듣고, 한두 마디의 걱정을 들었다. 걱정과 비판 담당관의 걱정을 멀리했기 때문에, 나라일은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긍정과 칭찬 담당관들은 날마다 새로운 미사여구를 창안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허구헌날 칭송을 반복하면서 진루하지 않도록 새로운 표현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한두 달이면 아는 어휘가 바닥이 났다. 그들은 점차 자신이 무엇을 칭찬하고 무엇을 긍정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박수를 잘 치는 관리가 문제점을 잘 찾아내는 관리보다 승진과 승급에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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