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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리 창작우화]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65. ‘인간 같은 놈들’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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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4  08: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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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인간 같은 놈들’      

- 이른 아침 여기로 오는 길이었네.
- 부지런도 하십니다. 
- 그런데 새들이 유난히 짖어대더군. 
- 그래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 잠깐 귀를 기울였지. 제 놈들끼리 다툼을 벌이고 있었어. 
- 아! 영역다툼이라도 벌어졌던 모양이군요. 발정기가 되어 경쟁이 붙었거나.
- 그런데 녀석들이 서로 다투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인간처럼 뻔뻔한 놈들’
- 예? 인간 같다고요? 
- 그렇지. 새들도 욕을 할 때는 다른 동물을 빗대서 하더라고. 마치 사람들끼리 다툴 때 ‘개같이 더러운 놈들’이라고 하듯이 말이야. 
- 헉! 
- 그럴 수 있지 않겠나? 자네는 듣지 못할 테지만, 나는 종종 동물들이 지들끼리 말하는 걸 거의 다 알아들어. 생각해봐. 2천년 넘게 살았는데 그동안 무얼 했겠나. 배울 건 다 배웠지. 
- ㅎㅎㅎ 뭐 그럴 수 있겠네요. 영어 중국어 일어 아랍어 거기에 앵무새의 말, 돌고래의 말, 북극곰의 말, 개말, 새말…
- 옳거니. 나무들의 말도 알아듣지. 바위들도 때로는 말을 한다네. 아주 과묵하기는 하지만 백년에 한 마디 정도는 말을 하지. 
- 바위의 말도 알아들으신다고요? 
- 그래. 하지만 말을 해야 알아듣든지 말든지 하지. 너무 과묵해. 
- 어떤 말들을 하나요? 동물들은, 나무들은, 꽃이나 별이나 바위들은….
- 물론, 다 옮길 순 없어. 단 몇 마디라도. 그것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으니. 하지만 대강 귀뜸하자면, 가끔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예언도 하고… 그러나 대개는 아주 단순한 어휘, 짧은 문장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가 고작이지. 
- 오늘 아침 새들처럼 다투기도 하고요? 
- 그래 개들이 다툴 때 뭐라고 말하면서 다투는지 아나? 
- 욕이라도 하겠죠.
- 맞아. 이렇게 욕을 퍼붓는 게 예사지. ‘이 인간 같은 놈아!’ ‘교활하기가 인간 같은 놈!’ 등등. 
- 아이쿠. ‘이 개 같은 놈아’를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군요. 
- 그래. 인간이나 개나 새가 다 비슷해. 하여튼 동물적인 욕설이야. 
- 하하. 그러면 동물 아닌 식물의 욕설은 다릅니까?
- 식물들은 기본적으로 욕이란 걸 잘 안 해. 대개 평화주의고 동물들처럼 다혈질은 보기 어려워.   
- 아하, 그래서 얌전한 사람들을 ‘식물성’이라고 비유하는군요. 
- 그래. 사람들도 욕할 때 주로 동물에 비교하지 식물에 비교하진 않잖아.
- 하지만 파리지옥 같은 식물도 있는데요? 동작도 빠른….
- 그렇지. 그놈들은 좀 욕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 그래봤자 ‘요놈, 요놈’하는 정도지. 곤충을 잡아먹을 때 그런 말을 하더라구. 
- 하하하. 사람 욕은 안 해요? 
- 욕이란 거 자체를 잘 모른다니까. 
- 사람들이 식물을 그렇게 뜯어 먹는데도요?
- 흐음. 말 나온 김에 얘기해주지. 식물(植物)은 본래 식물(食物)의 운명을 타고났어.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이 뜯어먹는다 해도 불만이 없다는 말이야. 사람들이 짐승을 먹을 때는 말 그대로 잡아먹잖아. 목숨을 아예 끊어버리지. 하지만 과일을 먹을 때는 그 결실만 따 먹는 것이고, 곡식을 먹을 때는 이미 무르익어 수명이 다한 것을 골라 먹지 않는가. 생목숨을 끊는 것은 아니기에 식물들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아. 기본적으로 식물은 동물들을 유지시키는 것 자체가 타고난 목적의 일부라네. 
- 고통을 모르는군요. 
- 오히려 동물들이 맛있게 먹을 때, 존재의 기쁨을 느끼지. 
- 숭고하군요. 
- 맞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네. 식물은 지구상의 생물들에게 자기 몸을 내어줌으로써 그 존재의의를 느껴. 좋은 먹이가 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이야. 대신 동물들보다 빨리 자라고 빨리 번식하고, 좀 다치더라도 상처가 빨리 회복되는 능력을 갖고 있지.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나. 식물들이야말로 조물주의 뜻에 따라 지구를 지키고 지구상 생물들의 생존을 돕는 천사라고 할 수 있네. 기꺼이 동물들에게 먹이가 되어주지.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이 함부로 유린할 때는 굉장히 슬퍼하지. 단지 인간의 탐욕 때문에 짓밟고 파헤쳐질 때. 그것은 식물들이 기대하는 바가 아니거든. 
- 아,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 식물들에게 감사하게. 그것은 모든 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유모와도 같은 존재일세. 어머니 가이아에 뿌리를 내리고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역할은 곧 대지의 기운을 동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과 같은 역할일세. 그뿐인가. 사람이 땅을 깎아 파괴하더라도 그 드러난 땅에서 가장 먼저 자라나 대지의 상처를 회복시켜주지. 인간에게는 잡초며 잡목으로 보일 테지만, 그것들이 먼저 자라나 상처를 보호하네. 혹시 기억하는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은 그곳에서 1백년 동안 풀 하나도 자라지 못할 거라고들 했네만. 
- 엄청난 파괴였죠. 
- 그 이듬해에도 무너지고 불타버린 도시의 곳곳에서 쑥이 자라나고 있었지. 식물이란, 그 스스로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힘으로 상처입은 대지를 회복시키기도 하네. 
- 감동입니다. 그런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들 가운데 서로 욕하고 다툰 말이 전부입니까? 새들의 말 속에는 예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요. 
- 별 것 아닐세. 어린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말이 신비하고, 하루살이에게는 백년을 산 나무의 식견이 신비하고, 땅에 붙어사는 개미들에겐 높은 데서 내려온 독수리들의 수군대는 일상사도 신비하게 들리는 법이지. 겨우 십리 밖에서 날아온 비둘기, 겨우 1천년을 더 산 소나무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도 내가 듣고 보지 못한 것들이 자주 등장하니 흥미로울 수밖에.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하네. 그래봤자 지금 그대가 사는 세상의 법칙을 아주 벗어난 신비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도(道), 그러니까 자연의 법칙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거든. 한창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에 자네도 느꼈을 걸. 사람 사는 방식이 저 먼 유럽이나 남태평양 섬들이나 히말라야 오지나 할 것 없이 대동소이하다는 걸. 사실 그 근본은 똑같질 않은가. 
- 그렇군요. 황후장상이나 땅이나 파먹고 사는 농투성이들이나, 저녁에 눕고 아침에 깨며 하루 서너번 밥을 먹고 태어날 때 축하받고 죽을 때 위로받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다르고 잠자리 침구가 다르겠지만, 추운 데서 사는 이는 추위에 적응되어 있고 더운 데서 사는 이는 더위에 적응이 되어 있으니 반드시 누가 더 고통스럽다 할 수도 없습니다.
- 그래. 이 법칙을 잘 들여다보면 미래도 알 수가 있네. 새삼 예언이랄 것도 없이. 공자나 노자도 도를 통해 미래의 길흉화복이 어찌 갈릴지 가르쳤지만 스스로 ‘예언’이라 자처한 적은 한번도 없었네. 예언이란 그런 것일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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