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016년 8천억대 악재성 정보 공시 지연
하루 전 통보받았으나 다음날 장 시작 후 공시
호재정보는 장마감 뒤에 올려..투자자들 소송
1심서 원고일부승소…“청구금액 90~95% 인정”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악재성 정보를 지연 공시한 한미약품이 주주들과 다툰 손해배상소송에서 주주들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6부는 한미약품 주주 120여명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1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19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소송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 이튿날 공시해 시작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글로벌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앞선 2015년 7월 맺은 7억3천만달러(8천515억원) 규모의 내성 표적폐암신약(올무티닙·HM61713) 계약이었다.

한미약품은 전날 오후 7시 6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지만 30일 장이 시작하고서도 29분이 지난 뒤에야 이 소식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에 3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 종가(62만원)보다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 50만8천원에 마감했다.

한미약품은 앞선 29일에는 제넨텍에 표적항암제 ‘HM95573’의 개발기술을 1조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공시한 뒤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당시 한미약품은 제약·바이오주의 대표주자였다. 2015년에만 8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바이오 투자 붐을 일으켰고 그해 11월에는 주가가 82만4천원까지 올라 시가총액 8조4천303억원으로 LG전자(8조3천133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무티닙 계약 해지 공시 이후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이 고의로 악재 정보를 늦게 공시하고 호재 정보는 바로 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소송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350여명으로 청구금액은 50억원대다. 이번 사건은 관련 소송 중 첫 판결이라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측 변호인은 “원고들의 손해배상 신청 금액이 90~95% 이상 인용됐다고 알고 있다”며 “사실상 재판부가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시 지연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며 “공시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이런 판결이 나온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즉각적인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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