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혈우병약 투약자 C형간염 집단감염
2017년 대법원서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두차례 조정에도 합의 실패…강제조정 수순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혈우병치료제로 인해 C형간염 바이러스(HCV)에 집단감염된 환자들과 제조사인 GC녹십자가 다투고 있는 손해배상소송의 합의가 결렬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는 지난 17일 강제조정 결정문을 원고와 피고에게 각각 송달했다. 이는 양측의 분쟁조정이 결렬됐다는 의미다.

원고와 피고가 재판부의 강제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양측의 분쟁은 법원 판결로 결론나게 된다.

이번 소송은 GC녹십자에서 제조한 혈액 유래 혈우병치료제에 C형간염균이 들어가 있어 1980~1990년대 이 약을 투약받은 환자 650여명이 C형간염에 걸린 사실이 지난 2003년 알려져 시작됐다. 650여명은 당시 국내 혈우병 환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피해 환자들은 이듬해인 2004년 GC녹십자와 대한적십자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가 패소했고 2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2017년 나온 대법원판결에서는 GC녹십자의 과실 부분을 다시 검토하라며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당시 녹십자는 “이 사건의 혈액제제는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법을 사용하기 전에 유통된 것”이라며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이를 진단하지 못한 채 유통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소송은 2018년 한 번의 변론기일, 올해 5월 변론준비기일 외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7월 양측이 합의를 위한 기본 조건을 수립하고 원고 일부가 합의 의사를 보이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법원은 9월 변론준비기일을 취소하고 같은달 18일로 조정기일을 잡았다. 이후 10월에도 2차 조정기일이 열렸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GC녹십자와 피해 환자들이 원하는 손해배상 금액에 다소 차이가 있어 재판부가 적정액을 정해 강제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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