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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험사 애물단지로 전락한 실손보험손해율 매년 악화 추세…비급여 과잉진료 영향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차등제 도입 논의 활발
임대현 기자  |  ldh2824@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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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0  14: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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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매년 악화되는 손해율 탓에 보험사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했다. 이에 업계는 실손 청구간소화 추진, 차등제 도입 논의 등 손해율을 안정시킬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상반기 실손 손해율 131.7%

실손의료보험 손해율과 위험손실액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도 비급여진료가 늘어나는 것이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실태와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손보험의 손해율과 위험손실액이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7%로 전년 동기 대비 2.6%p 증가했다. 이로 인해 1조4천억원의 위험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등으로 발생손해액의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으나 올해 적용 요율 인상의 최소화 등에 따라 실손 손해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초기(2018~2019년 상반기)에는 1인당 비급여의료비 증가세가 정체 내지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9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손보험의 청구건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나,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각각 4.1%, 2.6%(전년 동기 대비 14.4%, 10.5%) 증가했다.

진료비영수증 항목별 비급여 청구 추이를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연관성이 높은 항목에서는 감소 추세는 뚜렷한 반면 과잉의료에 취약한 항목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입원의 경우 입원료(상급병실 급여화, 아동 입원료 경감 등)와 MRI·초음파 진단료 등은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단계적으로 증가율이 둔화 내지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치료 재료대, 처치 및 수술료, 주사료, 재활 및 물리치료료 등의 비급여 항목의 경우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손해율 급증·보험료 인상 악순환에서 지속가능한 선순환으로 전환하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공·사 협업하에 비급여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실손보험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규제와 시장원리로 수요나 공급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수요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는 하되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험료 조정은 시장원리에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자료=보험연구원>

11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청구 간소화

한편, 국회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보험금 청구 증가는 우려되지만 그보다 서류 처리비용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반기는 분위기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입자의 요청이 있으면 병·의원이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증빙서류를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기준 약 3천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번거롭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현행 제도 상 가입자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증빙 서류를 병원에서 일일이 발급받고, 이를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소액인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했고 금융위원회도 동의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11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의료계는 환자 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가 이를 활용해 보험가입·지급 거부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진료명세서 청구 업무를 맡기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고용진 의원은 "의료계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처럼 중계기관을 심평원에 위탁하게 되면 심평원이 정보를 집적하거나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을 심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이번 개정안은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위탁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나선 상태다. 앞서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이 20대 국회에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의 편의가 달린 사안이기에 청구 간소화를 위한 전산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가 이어지는 등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실손보험 차등제 논의 본격화

실손의료보험 차등제 도입을 위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의 과잉진료로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급격히 오르자 실손보험금을 많이 받은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더 받겠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후원으로 '실손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를 오는 27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 개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차등제 도입, 자기 부담률 확대 등 가입자의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실손보험 차등제는 자동차보험처럼 많이 청구하면 보험료가 할증되는 대신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7년 4월에 출시된 신실손보험(‘착한실손’)의 경우 가입자를 대상으로 사업비를 재원으로 해서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2년 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음 해 연간 갱신보험료를 10% 할인해 주는 식이다. 보험금을 많이 청구했더라도 할증은 없다.

보험료 차등제가 도입되면 보험금 청구가 없는 가입자는 보험료가 기존보다 더 할인되지만 병원을 자주 가거나 의료이용금액이 많은 가입자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고령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할증에 예외를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 재가입 주기 역시 15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들이 담긴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보험업 감독규정과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손보험 중복 가입과 관련한 소비자 안내 강화를 위한 상품 공시 시행 세칙 개정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건 지난 2009년 이전과 착한실손이 나오기 이전에 계약한 실손보험의 영향이 크다”며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면 기존 가입자들을 어떤 식으로 유도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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