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분식회계 행정소송 5차변론 열려
증선위 “2012년부터 공정가치로 평가했어야”
증선위 “2015년에서야 바꿔 5조원 뻥튀기”
삼성 “2015년 전엔 콜옵션 행사가능성 낮아”
“처음부터 공정가치로 평가하면 오히려 분식”

인천시 연수구 송도1동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송도1동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소송에서 삼성이 바이오에피스 설립 초기부터 회계 처리를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전형적인 결과론적 평가라며 이를 일축했다.

증선위 변호인은 14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3부 심리로 열린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소송 5차 변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 첫해인) 2012년부터 공정가치(시장가격)로 처리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2015년에야 이렇게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을 회계 상으로 잘못 처리했다고 증선위가 밝히면서 시작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2월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했다. 지분은 2012년 말 기준으로 각각 85%,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콜옵션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을 기존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이를 외부에 알렸다.

동시에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을 기존 장부가액(2천905억원)에서 시장가격(4조8천806억원)으로 바꿔 회계처리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1년 이후 4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콜옵션의 존재를 숨겼다는 판단이다.

이에 증선위는 지난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2차 제제를 내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호인은 이날 변론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2015년에야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호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제품 자체의 개발가능성이 중요하고 그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판매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력제품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베네팔리)인데 2012년 당시에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세계 유수 제약사를 포함해서 10여개가 넘었고 한국에서도 삼성보다 먼저 개발을 시작한 회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선위 변호인은 “2015년에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면 2012년부터 계속 그랬어야 한다는 게 저희 주장”이라며 “(2012년부터)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5년에)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5조원 정도 뻥튀기했고 그게 분식회계라는 게 저희 주장”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은 “전형적인 사후적, 소급적 주장”이라며 “2012년, 2013년 시각에서 봤을 때 지분법으로 처리했으면 오히려 그게 분식회계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양측에 보다 구체적인 소명을 요구하고 다음 변론을 12월 9일 열겠다며 이날 변론을 마쳤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