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중심, IPO 담당 인력 채용 수요 커져
크래프톤 장외시장가, 6개월 사이 약 300% 뛰어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올해 IPO시장은 역대급 열기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할 수 있다. SK바이오팜부터 카카오게임즈, 다음 달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텐인먼트까지 대어급 상장으로 인해 증권사들의 수익이 증가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IPO 조직 개편과 인력충원으로 상장주관사가 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에서도 상장 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개인투자자들로 인해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다. [편집자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삼성증권 신규계좌 개설 수가 급증했다. <사진=삼성증권>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삼성증권 신규계좌 개설 수가 급증했다. <사진=삼성증권>

IPO 대박신규고객과 수수료 수익 급증

IPO(기업공개) 대어인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면서 증권사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다. 신규계좌 급증과 수수료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신규계좌 개설수가 급증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은 신규 비대면 계좌수가 작년대비 약 70만개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신규계좌 개설 수는 올해 6월 대비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신규계좌 개설 수는 약 2배 증가했다.

두 회사는 청약 이전에 계좌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8월 한 달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계좌를 개설했다.

KB증권의 경우 청약 마감일인 2일까지도 신규 계좌를 만들면 청약할 수 있어 9월 일평균 신규 계좌 개설수가 약 300%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인수 수수료도 짭짤하다.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대표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기본 수수료 1.2%와 성공 수수료 1%를 추가 지급받았다. 공모가가 희망가격 상단에서 결정되면 주관사는 최대 2.2%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수수료를 적용하면 카카오게임즈 청약 전체물량의 55%에 해당하는 800만주를 인수받은 한국투자증권은 52억2천만원의 수수료 이익을, 삼성증권은 30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올렸다.

인수단인 KB증권은 1.2% 수수료 이익이 적용돼 2억3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향후 증권사들은 IPO 조직 개편을 통해 상장 주관사 자리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가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 흥행에 성공한 만큼 뒤를 이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받쳐주고 있고 다음 달 빅히트라는 대형 IPO가 또 예정돼 있어 당분간은 IPO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다”며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IPO 조직 개편을 잇달아 하고 있어 상장 주관사 자리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증권사들이 IPO 조직 개편을 잇달아 하고 있어 상장 주관사 자리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증권사 IPO 조직 개편…밥 그릇 싸움 치열

올해 하반기 IPO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호황을 맞으면서 증권사들이 IPO 조직개편과 인력충원에 집중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혀온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각각 31조원,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침체됐던 IPO시장에 부활을 알렸다.

이에 국내 IPO 시장 상황이 반등함과 동시에 IPO 부문이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각 증권사들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IPO 빅3’로 불리는 NH투자증권, 한구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IPO 담당 조직은 모두 3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2팀 혹은 2부 체제로 운영돼왔지만 최근 새 조직 개편을 통해 3개 조직으로 규모가 커졌다.

IPO 명가 NH투자증권은 IPO를 담당하는 ECM(주식자본시장) 본부를 기존 2부 체제에서 3부 체제로 재편해 조직 강화에 나섰다. 지난 2018년 증권사 최초로 IPO 담당 인력이 40명을 돌파 후 현재까지도 인원을 유지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5개 본부 체제인 기업금융(IB) 부문을 기존 5개 본부 체제에 두 개의 그룹으로 승격시켰다. IB1 본부에 IPO1실과 IPO2실, 기업금융실 등 3개 팀을 산하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IB 본부를 1~3부문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 중 IB1 부문이 부채자본시장(DCM)과 ECM 등의 기업금융 업무를 맡는다. 미래에셋대우 IPO 본부도 약 40명의 인력이 배치됐다.

중위권 싸움도 치열하다.

대신증권은 2018년 IPO 조직을 3팀으로 확대하고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20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월 IPO 조직을 확대 재편해 기존 자본시장본부 산하 IPO실을 2개의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고 본부격인 IPO사업단으로 승격시켰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조직 강화에 힘쓰고 있어 내년 상장주관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IPO 흥행으로 증권사에 상장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IPO 담당 인력에 대한 채용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임밸류 기업 주관사를 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상장 전 잡아라, 개인 장외로 이동

공모주 청약이 하늘에 별 따기가 되자 개인투자자들은 장외주식시장(K-OTC)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2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같은 대어를 상장 전에 잡기 위해서다.

23일 금융투자협회 K-OTC에 따르면 지난 5월 38억원에 그쳤던 K-OTC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월 53억6천95만원으로 급증했다. 7월에도 68억7천746만원, 8월 74억7천69만원까지 급증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외주식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상장예정인 우량기업의 주식을 장외에서 미리 사 상장 후 큰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323:1, 1525: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받은 주식은 소량이다. 1억원의 증거금을 넣었다고 가정할 때 실제 배정받은 주식은 SK바이오팜 13주, 카카오게임즈는 5주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은 청약 말고도 더 많은 주식을 배정 받기 위해 장외로 뛰어드는 것이다.

현재 장외에서 인기 있는 종목은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다.

23일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 따르면 1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5천원(1.63%) 하락한 158만원에 거래됐다. 크래프톤은 올해 투자자가 몰리며 반년 만에 주가가 약 300% 급등했다.

카카오뱅크도 장외시장에서 10만8천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카카오뱅크는 장외시장에서 7만원에 거래됐지만 2개월만에 무려 54% 급증했다.

다만, 장외 시장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과도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묻지마식 투자에 따른 적정가 우려와 장외시장에서의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장외주식 투자는 숨은 보석 찾기와 같다”며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1만개의 기업 중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은 매년 1%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동성이 시장에 많이 풀린 상황이라 그 열기가 뜨겁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상장시장에 비해서 기업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충분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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