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올해 5월이었다. 기생충 흑백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서울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30분. 하지만 상영 시간이 시작되고 10분 동안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흰색 스크린만 바라봤다. 직원의 실수로 광고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핸드폰도 할 수 없었다. 광고가 언제 끝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 상영 시간에 광고가 상영되는 경우 관람객에게 사전 공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영화관들이 광고 시간을 명시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지난 7일 발의했다. 발의 이유는 간단하다. 정당한 관람료를 지불했음에도 원하지 않는 광고를 봐야 하는데 그 시간만이라도 공지하라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영화 시작 전 10분, 상영 시간 10분 등 약 20분 동안 광고가 상영된다. 그러나 현행법으론 예고편과 광고에 대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다.

2009년 박대해 전 한나라당 의원이 영화의 진짜 시작 시간을 명시하라는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 법안은 3년 넘게 계류됐다가 회기 내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이후 여러 차례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민단체와 영화 관객들이 영화 상영 시간을 어기며 광고를 상영한 행위에 대해 CJ CGV에 제기했던 소송도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우리는 정당하게 영화관람권을 구매해 극장을 찾으면서도 원치 않는 광고를 본다. 광고 자체를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영화관의 논리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늦은 관객들을 위한 에티켓 시간이라고 한다. 이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른 공연장에서는 없는 광고가 영화관에만 있는데도 이렇게 말한다.

결국 돈이 이유일 것이다. 광고 수입이 영화관 매출의 1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영화관람권 판매와 매점에 이은 3위 매출처다.

영화 광고가 이미 관례로 자리 잡기도 했고 지상파도 중간광고를 하는 시대에 영화관에만 뭐라 할 수 없다. 보기는 싫지만 그 광고 덕분에 관람권이 지금 같은 가격인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한 관람권을 구매한 고객을 배려한다면 광고 시간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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