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11번가가 ‘단일상품 등록서비스’ 도입하자 소송
이베이 “옥션·G마켓에 도입한 상품등록솔루션 무단도용”
1·2심서 이베이코리아 패…법원 “11번가 이미기술 보유”
이베이코리아, 고법 판결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장 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이베이코리아가 11번가를 상대로 낸 상품검색기술 도용소송에서 2연패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베이코리아는 11번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 항소심이 원고패소 판결이 나온데 불복하고 지난 9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7년 5월 옥션과 G마켓에 상품등록솔루션 ‘상품 2.0’을 도입했다. 상품 하나에 가격 하나만 적용하는 이른바 ‘원 아이템, 원 리스트’ 제도다.

과거에는 고객이 오픈마켓에서 특정상품을 검색해 구매페이지를 들어가면 실제 제품 가격이 검색창에 노출된 금액 보다 훨씬 높은 사례가 많았다. 이른바 ‘옵션 낚시 상품’으로 불리는 눈속임이었다.

또 검색한 상품이 아닌 전혀 다른 제품 수십개가 한 화면에 떠 고객들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검색해 상세페이지에 들어가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무선 이어폰이 판매목록에 있고 에어팟 가격도 검색화면 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는 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로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상품 2.0은 이를 바로잡은 서비스다. 애플 아이팟을 검색하면 이 제품만 검색 결과에 뜨고 판매가격도 이 목록에 나온 그대로인 방식이다.

11번가도 지난 2018년 1월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11번가가 도입한 것은 ‘단일상품 등록서비스’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11번가가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지난 2018년 4월 이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다. 11번가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단일상품 등록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11번가 입장에서 반드시 이베이코리아의 상품 2.0을 모방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해 이베이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1번가가 공정위에 세 번째 대안을 수용한다고 밝힌 이후 개발에 나선 단일상품 등록 로드맵을 보면 11번가는 공정위의 네 번째 대안을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11번가의 변호인도 항소심에서 “이베이의 상품 2.0은 예전에 하나의 상품페이지에 묶여 있던 것을 나눠서 각각의 상품이 검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공정위도 상품 여러개가 묶여있던 상세페이지를 단일상품별로 나누라고 했는데 이 아이디어가 어려운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기술적으로 어렵지도 않아 이베이코리아의 기술을 모방할 이유가 없다”며 “단일상품 별로 검색이 되도록 하고 단일가격으로 표시한 상품을 하나로 묶는 그룹핑이 무엇이 어렵냐”고 강조했다.

2심도 11번가의 승소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지난달 20일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이 판결에 불복, 이날 대법원에 새로운 판단을 요청했다.

이베이코리아의 변호인은 앞선 항소심에서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년간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서 상품 2.0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이 플랫폼의 핵심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할 때 개별상품만 등록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1번가는 이런 독창적인 시스템과 구조를 이베이코리아가 도입한지 6개월만에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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