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파격 제안 불구 HDC 재실사 요구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산업은행의 인수조건 변경 제안 후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될 것으로 전망,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서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2천500억원의 향방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2주 재실사를 대주주인 금호산업 및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차 요구했다.

지난 달 산업은행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간 회동을 제안, 그 자리에서 아시아나 M&A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총 2조5천억 원의 인수대금 중 1조 원 가량을 인하해 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이 인수대금을 대폭 인하해 주겠다고 밝혔음에도 HDC현산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지며 업계에선 사실상 이번 M&A가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M&A 협상 중단 가능성이 높아지며 아시아나항공 재매각 일정과 더불어 HDC현산측이 건넨 이행보증금 2천500억원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으로 2조5천억원을 적어냈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보 후 인수대금 중 10%인 2천500억원(HDC현산 2천10억원, 미래에셋 49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지속에 따라 본업마저 위협받고 있는 HDC현산 측이 계약 무산 시 이행보증금을 전액 포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금호산업 및 채권단 측의 지속적인 인수협상 재개 또는 거래종결에 대한 의견 피력 요구에도 재실사만 줄기차게 주장한 배경에 대해서도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대비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M&A 중단 후 10여 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3천150억 원의 이행보증금 중 1천951억 원을 돌려받은 선례 역시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최종 인수조건 제안 전 수차례에 걸쳐 “HDC현산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공문 발송과 이를 통한 대언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인수 성공 마무리는 물론 향후 소송전을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결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후 보증금 반환 소송이 진행된다면 산업은행이 인수조건 변경 등을 제안했다는 게 HDC현산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DC현산 측으로선 재실사 요구가 불수용된다고 볼 때 이 점을 법정에서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HDC현산 측은 '재실사 후 인수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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