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어렸을 적 얘기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 얼마쯤 일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들과 내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조(兆)라는 단위조차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피던 때’일 터다. 화패단위가 달랐기에 ‘조’라는 의미를 몰랐을 수도 있다.

지금은 조 정도는 흔하게 쓴다. 이를테면 모 재벌기업의 1년 매출액이 수십조 원이라고 발표도 하고, 우리나라 새해 총예산이 357.7조원이라고 발표한다. 그러니 조라는 말은 늘 접하는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그 자리에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에는 5개년 계획이니, 몇 개년 계획이니 하면서 해가 바뀌면 뻔질나게 목표를 내놓기 일쑤였다. 그러니 ‘3개년 계획’ 정도는 하찮기 짝이 없다. 하긴 3년이라는 시간만 해도 디지털 시대에 비추어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을 개념이다. IT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2~3주라는 게 정설이 되어있을 정도이니, 3년은 너무 길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3년 내에 국민 1인당 소득을 4만 달러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2만 달러에서 너무 오래 멈춰 있었다. OECD국가 가운데서 지각생이란다. 그러니 향후 3년이 기대된다. 당연히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다르다. ‘대한민국 시스템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거다. 2만 달러 유지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지금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4만 달러시대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야당의 행태가 앞으로 나가려는 정부의 발목을 끊임없이 붙잡고 늘어지는 데 무슨 수로 국민생활 형편을 끌어 올리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여당의 행태도 못잖단다.

정치를 보면 나라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어린아이가 하는 짓을 보면서 장래의 모습을 상상하듯이, 대한민국의 내일은 오늘의 정치행태에서 그 답을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밝게 평가할 수 없다. 제발 4만 달러는커녕 지금의 2만 달러라도 제대로 지켜줬으면 하는 심정임에랴!

매우 비관적인 심사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정치 행태를 보아 온 국민들의 생각도 전문가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야당은 ‘싸우는 당’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줬다. 오직 반정부적 생각으로, 그리고 ‘틀’을 벗어나서 길바닥에서 지새우는 게 야당이라는 인상도 국민에게 확실하게 심어 준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야당의 임무이고 권리라는 주의주장을 각인해 줬다는 것이다. 야당은 바로 그런 투쟁정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양.

그런데 박 대통령이 무슨 수로 4만 달러 시대를 만들겠는가? 턱도 없는 소리일 게다. 바로 이런 게 야당의 심사가 아닌가? 게다가 오직 ‘불통인간’으로 낙인찍어 밀어붙여놓은 ‘박근혜 씨’(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조정현 신부의 강론에서)로서는 ‘과분한 희망’이 아닌가 싶다.

‘다리 뻗을 자리보고 누우라’는 말이 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자리를 보고 4만 달러시대를 펼치겠노라고 약속했을까? ‘불통’에다가 ‘OO 씨’에 불과한 형편이라는 것을 깜박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도 대통령의 새 경제구상을 한마디로 깔아뭉갰다. “공약도 못 지키는 형편에 무슨 3개년계획을 내 놓느냐”라는 것이다. 또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다는 투다.

뻔한 짐작이지만, 정부가 새 계획을 실천하겠다고 국회에, 특히 야당의 지지를 구할 작정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우리나라 야당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적어도 현존하는 야당은 무섭다. 국민생활 향상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겠다는 정부여당의 정책 따위에  대한민국 야당이 찬성을 하겠는가. 어림도 없다.

방법은 딱 하나다. 소통을 위해 ‘박근혜 씨’가 매일 야당에 찾아가 석고대죄하고, 야당이 하자는 특검은 모조리 받아주고, 닥아 올 지방선거에는 여당 후보자를 나오지 못하게 하고, 개각 때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들이 입각하도록 하면 된다.

‘싸우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가 너무너무 목말라 해본 말이다.
새해를 맞아…….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전 국정신문 편집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