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종목 70% 이상이 바이오 관련주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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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일부 바이오주가 최근 심각한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거래소가 뚜렷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사례는 총 18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8건)보다 2배 이상(125%) 급증했다.

이중 바이오 관련 종목이 지정된 사례가 13건으로 72.22%를 차지했다. 거래소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등에 대해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시장경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계별로 투자주의종목, 투자경고종목, 투자위험종목이 있는데 이중 투자위험종목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경고로 지정과 동시에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되며, 거래 재개 이후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하면 다시 하루 거래가 정지된다.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테마주들이 뛰어오르면서 바이오 종목이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정된 이후에도 주가 급등이 이어지는 등 이러한 조치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열에 제동을 걸기 위해 투자위험종목 등으로 지정하면 오히려 시장에 '인기 있는 종목'이라는 신호가 돼서 거래 재개 이후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말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의 기초지표 가치가 하락했으나 일부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초지표 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무려 1천%를 넘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지난 5월 17일 레버리지 ETN의 기본 예탁금을 1천만원으로 설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아 간신히 시장을 안정시켰다.

지난 6월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우선주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우선주 유통주식 수를 늘려 주가 급변동을 막는 내용의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의 바이오주 과열 현상은 원유 ETN, 우선주의 사례와 차이가 있어 거래소는 고심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괴리율이라는 지표를 바탕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원유 ETN·우선주와 달리 바이오주의 과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뚜렷한 지표가 없다"며 "최근 일부 바이오주들이 급등락하는 현상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으나 저번과 같이 관련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의 역할이 주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불공정거래 등을 사후적으로 찾아내는 데 있는 만큼 직접 조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관련 특정 종목에서 본질 가치와는 다르게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여럿 있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매수·매도가 있었는지, 인위적인 시세 조종이 있었는지에 대해 감시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테마주라고 하는 게 일정 부분 열풍을 타고 오를 수는 있지만, 그보다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폭탄 돌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매매거래가 정지되면 해당 종목 투자자는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잘 숙지하고 테마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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