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오는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여부가 국민들의 주요관심사중의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6일 연두기자회견에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상하게 기자들도 묻지를 않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기자회견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는 위헌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 예비경선제를 도입하겠다는 등 엉뚱한 제안을 하였다.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 파기선언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은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추인하고, 곧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번복할 태세다.

각계 시민단체와 원로들이 즉각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아우성이다.
민주당도 가세했다. 안철수의원도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정개특위서 야합을 우려하여 정개특위마저도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15일부터 22일까지 외국순방길에 올랐다.
박대통령은 새누리당에게 공을 넘겨주고 외국순방길에 오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입장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대선공약도 지켜야 하고, 국회의원들의 정당공천권 유지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입장이다. 사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조직과 자금줄의 근간이며 지자체를 장악할 수 있는 엄청난 기득권인 지자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떤 꼼수를 써서라도 정당공천권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선거법은 여야 합의법이다.
선거법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먼저 여야공통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 백지화에 앞장섰었다. 지난해에 정당공천 백지화를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했으나 67.7%의 당원들이 찬성,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말았다.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인 꼴이 됐다.

민주당의원들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 역할이 뒤바뀌어 이젠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당공천폐지를 반대하는 선봉장이 됐다. 민주당의원들은 겉으로는 반대하지만 속으론 새누리당이 밀어 붙이길 바랄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것을 노린 것 같다.
여야가 합의하면 못이기는 체 따라가면 된다. 공약파기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이 상당부분 떠안아 주니 부담이 없다.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어 합의가 되지 못하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만이 스스로 해소돼 원망을 들을 리가 없다. 박대통령의 침묵이 마치 꽃놀이패처럼 보인다. 고단수의 정치 전략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마음이 초조할 것이다. 박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여야합의가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귀국후 박대통령은 공약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선거법개정을 국회에 정식으로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요청을 거역할 수도 없다. 야당도 환영할 수밖에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전제로 정개특위 시한이 연장되고 선거법개정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선거법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이번 지방선거를 현행 선거법으로 치르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그 책임은 모두 박 대통령이 져야한다.
대통령의 권위는 상실되고, 우선 지방선거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박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수를 쓸 리가 만무하다.

박대통령은 새누리당에게 공약을 파기해서라도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받아들일 테니 최선을 다해보라고 침묵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지닌 정치적 의미,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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