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재실사 요구 실현 가능성 낮아
인수 부담 증가 원인, 재편 작업 멈춰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 아시아나 인수 철회에 대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결렬, 항공업계 재편작업 또한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측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해 다음 달 중순부터 약 12주 동안 아시아나항송 및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를 요청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초 인수 논의 당시 2019년 반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나항공이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을 사전 동의 없이 진행했으며,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의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봐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협상 당시 기준은 2019년 6월까지 회계자료였다”며 “이후 상황 변화에 따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협상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가 사실상 인수협상 파기를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온다. 재실사 결과가 협상 지속에 도움이 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는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금호산업 대주주인 산업은행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재실사를 통한 사내 정보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2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철회를 공식화한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또한 결렬 위기를 맞게 되며, 국내 항공업계 재편 작업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는 LCC(저비용항공사) 난립 속 시장 포화에 따른 개별 항공사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자 대대적인 시장 재편이 추진됐다. 에어부산 등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됐으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쳐온 이스타항공도 매물로 나왔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부담에도 불구 신사업의 진출에 따른 새로운 기회 창출을 이유로 항공업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물을 먹은 제주항공 또한 시장 지배력 확대 차원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항공업계 재편 작업은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일본 불매운동 및 올해 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각 항공사들이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 봉착, 매수자들이 잇따라 입장을 선회하며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항공사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인수 후에도 인수 자금 회수 예상 기간이 불확실해진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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