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로 인해 보험업계와 한의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동차보험에서 총 10조2천억원의 만성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특히 2013년~2015년에는 매년 약 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동차보험에서 영업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보험업계는 경상환자들의 과잉 한방진료를 자동차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한의업계는 뛰어난 치료효과와 높은 선호도로 진료비가 증가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2015년 1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2조2천억원으로 약 42.3% 증가하는 동안 한방진료비는 3천500억원에서 9천500억원으로 167.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양방진료비는 1조2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4.9% 증가에 그쳤다.

한방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3%에서 2019년에는 43.2%로 크게 확대됐다.

입법조사처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자동차보험 제도의 영속성을 위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진료수가기준 심의의결기구를 신설하고 한방진료비의 합리적인 세부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이 추진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보험사만을 위한 일방통행식 보고서라며 비판했다. 한의협 측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진료 받을 권리와 이를 위한 의료기관의 역할 등에 대한 고찰 없이 한방진료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한방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는 뛰어난 치료효과와 높은 선호도로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의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한방진료 자체의 문제보다 경상환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가 병의원 진료비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과잉진료 행태를 비판했다.

실제로 많은 한방 의료기관에서 보험처리가 돼 환자의 비용부담이 없다는 식으로 불필요한 치료나 한약 처방을 받도록 유도하는 광고들이 성행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인당 한방진료비는 양방진료비보다 2배 이상 많다”며 “이는 꼭 필요한 진료만 하는 양방과 달리 과잉진료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방병원 진료비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보험료를 인상했다.

보험업계와 한의업계가 한방진료비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만 커진 것이다.

하루 빨리 한방진료에 대한 제도 보완이 이뤄져 자동차 보험료를 내는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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