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 위축, 은마아파트 매매가 하락
사업시행 단계 재개발, 매매가 5천 이상 올라
"추가 규제 적용·구역지정 해제 등 우려도"

서울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현대경제신문 박은영 기자] 정부 부동산 대책이 재건축에 집중, 시장 유동자금이 사업 시행 초기인 재개발 사업지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구성’, ‘조합설립인가’ 등 사업시행 초기 재개발 지역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 클린업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사업시행 단계에 접어든 재개발 지역은 마포구 아현 1·2구역, 중구 신당10구역, 동대문구 전농8·9구역, 청량리 6·7·8구역 등이 있다.

이 중 지난 5월 주민 동의율 66.5%를 넘어서며 올해 안에 개발구역지정이 예상되는 아현1·2구역의 경우 28.7㎡ 면적 빌라 매물가가 지난 2월 5억원에서 지난달 6억5천500만원으로 4개월 사이 1억원 이상 상승했다.

아현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현동 일대 재개발 사업지는 6.17 부동산규제 발표 이후 매물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개발구역지정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노후주택 비율이 인근 정비지역에 비해 20%가량 적어 장기소유 목적의 투자·매매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일대 재개발 지역 또한 교통호재(GTX B)와 제기동 일대 주택정비 호재가 맞물리며 27㎡면적 이상 매물 가격이 두달여 사이 평균 5천만원 가량 상승했다.

청량리 6·8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쳤으며 7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진행 중이다. 인근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전농8·9구역도 추진위원회승인까지 마친 상태다.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송파구 마천3구역(거여·마천 뉴타운)도 29.37㎡면적 연립주택이 지난해 11월 5~6억원에서 지난달 7억원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거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해당 사업지는 최근 재개발 추진주체가 설립, 지난 4월에 서울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한 일몰기한 연장이 결정됐다”며 “그 후 2개월 만에 매물가격이 빠르게 상승, 투자자 손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재건축 투자 기대치가 크게 하락, 재개발 사업지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 중이다. 특히 재개발 투자 기대치가 높은 사업 초기 지역이 주목 받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정부 6.17 대책에 따라 서울 내 재건축 사업지의 경우 올해 12월까지 최초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할 경우 ‘실거주 의무기간 2년’, ‘3억원 이상 주택매매 시 기존 전세대출금 상환’ 등 신규 규제가 적용된다.

올해 중 조합설립이 쉽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매매가 급락 및 거래량 급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지난달 1일 19억5천만원에 거래된 76㎡전용이 6.17 대책 발표 후인 지난달 22일 18억원에 거래되는 등 매매가가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서울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은마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매매가가 하락하고 거래도 줄고 있으나 이에 비해 사업시행 초기 단계인 재개발 매물은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재고 물량도 대부분 소진됐다”며 “조합설립 추진·승인, 정비구역 지정 등 재개발 절차 초기 단계 사업지는 6월 초부터 다세대 연립주택, 노후 빌라 위주로 거래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제 막 사업시행 단계에 접어든 재개발 지역 투자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의 재개발 지역은 도시정비사업 특성상 잡음도 많고 다양한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구역지정이 해제되는 경우도 많다”며 “일명 쪼개기가 성행하며 분담금 폭탄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5억원이 넘는 초기 자본을 투자하고 프리미엄만 기대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 규제가 언제든 재개발로 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해당 지역 투자 결정 시 유의해야 할 점”이라 덧붙였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