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개발 주도
차세대 공유 서비스 시장 연착륙 도모
국내 배터리 업계, 공급 경쟁 본격화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모빌리티’가 산업계 핵심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전기·수소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플라잉 카), 이를 위한 교통통제시스템 및 공유 서비스까지 관련 산업 범위가 넓고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다 보니 너도 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과 RISD 협업 현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RISD 협업 현장<사진=현대차그룹>

친환경 자동차,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플라잉 카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도입은 근미래 예견된 주요 변화 중 하나로, 코로나19 펜데믹은 이 같은 시대변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 산업계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미래 모빌리티 육성에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지위 확대에 이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활성화 차원의 여러 신규 서비스 도입 또한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업체 간 기술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육성 박차

세계 자동차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 역시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 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천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천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천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천846대)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빠르면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통한 전기차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전용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차량 내부 공간이 넓어지고 효율 높은 배터리 탑재에 따른 주행거리 증가 전망이 나온다. 이를 통해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 수소전기차 포함 단독으로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월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인 플랜 S를 공개한 박한우 기아차 사장 <사진=기아자동차>
올해 1월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인 플랜 S를 공개한 박한우 기아차 사장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차에서도 지난 1월 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예견되는 새로운 기회 영역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한 중장기 미래 전략 ‘Plan S’를 공개했다.

‘Plan S’는 기존 내연기관 위주에서 선제적인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 브랜드 혁신 및 수익성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아차는 2025년 전차급에 걸쳐 전기차 11종 풀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점유율 6.6% 및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에는 전기차 50만대, 친환경차 100만대 판매를 추진 중이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아차가 미래 고객 가치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변화에 단순히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3일 세계적 디자인스쿨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이하 RISD)’과 진행 중인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이번 공동연구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혁신적인 디자인 방향성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선도적 비전과 경쟁력을 가진 현대차그룹과 세계적 디자인 연구역량을 보유한 RISD가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에는 총 108명의 학생이 연구 참여자로 지원했으며, 이 중 건축, 디지털 미디어,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금속 디자인, 섬유 디자인, 인쇄 디자인, 회화, 미학 등 10개 전공 16명의 학생이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최종 선발된 16명의 학생은 RISD 4명의 교수진들과 함께 그래픽(Graphic), 산업(Industrial), 사운드(Sound), 섬유(textile) 등 4가지 디자인 분야에서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공동연구를 올해 2월부터 약 3개월간 진행했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은 “이번 RISD의 협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기술과 디자인 혁신의 진전에 도움이 될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으며, 이는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대차그룹과 RISD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인간 중심의 미래도시에 부합하는 새로운 차원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담당 전무는 “자연의 동식물들이 갖고 있는 자연정화 프로세스와 솔루션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 활발

미래 모빌리티의 성공적 시장 안착을 위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차량 호출 서비스 실증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 지역 ‘그랩’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200대를 공급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랩’이 진출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실증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고(Migo)’, ‘카 넥스트 도어(Car Next Door)’에도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 준비한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모빌리티’도 최근 개시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카림’에 올해 안에 총 5천대의 차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현대차그룹의 미국 LA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사업 진출식 현장 <사진=현대차그룹>
지난해 11월 열린 현대차그룹의 미국 LA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사업 진출식 현장 <사진=현대차그룹>

아울러 국내에서는 서울과 제주도, 대전 등 지역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 구축을 마치고 중소 운영업체들과 협력해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와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 대한 전략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KST모빌리티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진행한 라이드 풀링(합승) 모빌리티 ‘셔클’ 시범 서비스의 성과를 공개했다. 셔클은 반경 약 2km의 서비스 지역 내에서 호출을 통해 승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수요응답형 모빌리티로 은평뉴타운(은평구 진관동)에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대차와 KSTM은 시범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 경로 생성 기술, 차량 서비스 등 솔루션을 고도화해 하반기 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본 사업에는 국토교통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업체간 배터리 경쟁 가속

미래 모빌리티 관심이 높아지며 현대차그룹의 보폭 또한 넓어지자 현대·기아차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둘러싼 국내 배터리 업체간 물밑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LG측 초청을 받고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LG에선 구광모 LG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 사장 등이 회동에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양 그룹 경영진은 미래 배터리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 배터리 공장 방문에 따른 LG 측의 조치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만남을 가진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지난 22일 만남을 가진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앞서 지난달 13일 정의선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초청을 받고 배터리 생산 시설이 있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았다.

당시 정 부회장 일행은 삼성이 핵심 기술을 개발 완료한 차세대 전기차용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삼성종합기술원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삼성SDI 배터리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양측 만남에 대해 재계에선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서가는 국내 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고, 삼성 역시 유럽이 아닌 국내 업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핵심으로 전기차 사업을 지원·육성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날 만남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단, 전고체 배터리 양산까지 최소 5년이 필요하고 삼성SDI가 현대차 수주를 따내더라도 대규모 생산 시설 확대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에 양측간 즉각적인 사업협력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선 내달 중 정 부회장이 또 다른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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