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규모 최대 19兆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

지난 1월 브라질 현지 생산라인을 찾아 TV조립 공정을 점검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지난 1월 브라질 현지 생산라인을 찾아 TV조립 공정을 점검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이 단순 비전 제시를 넘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중심 대규모 투자 및 사업 변화를 꾀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삼성전자는 경기도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 평택캠퍼스 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규모를 최소 7조원에서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DRAM과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 35.9%를 기록, 19%의 점유율로 업계 2위를 유지한 일본 키옥시아와 압도적인 차이를 유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단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인 투자을 단행 여타 업체들과의 초격차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결정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사업으로 5G시대 개막과 함께 CPU, 모뎀 칩 등의 교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를 선행, 향후 설계업체들의 주문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에 대한 투자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부분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대만의 TSMC가 시장을 주도해 왔는데, 삼성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발판삼아 TSMC와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산으로도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레시, 파운드리 투자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고용에 대한 계획은 발표됐지만 설비 투자에 대해 구체적이고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부문과 함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주도아래 LCD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초기에는 내부의 반대가 많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LCD사업은 황금기를 맞이하며, 지금의 삼성디스플레이의 근간이 됐고, 일본이 주도하던 TV 가전사업에서도 업계 1위를 달성하는 주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LCD 패널의 지속적인 단가하락과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연내로 LCD 사업을 정리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5월 희망퇴직 안내를 시작으로 LCD 사업 철수를 본격화 했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 QD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전제품, 스마트폰과 같은 세트 제품도 판매하는 기업이지만 해당 제품의 기본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있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확대, 디스플레이 사업 전환은 결국 삼성전자 전 사업부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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