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소송에 "투자자 신뢰도 하락 우려"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키움증권, 삼성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들과의 잇단 법적 공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 환매중단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과 키움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이 라임펀드 소송으로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했던 4개 펀드의 설정액은 모두 1조6천억원으로 해당 펀드를 기반으로 한 펀드가 150개가 넘는다. 초유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자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라임뿐 아니라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 민·형사상 소송에 들어갔다. 라임 환매중단 펀드의 개인 투자자는 약 3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전산사고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될 때 키움증권 HTS가 이를 인식하지 못해 ‘미니 크루드오일 5월물’이 만기가 돼 배럴당 –37.63달러에 청산됐다.

키움증권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상대로 0~-9달러 구간까지 10억 원 수준의 배상액을 예상했으나 투자자의 반발로 인해 0~-37달러 구간까지의 손실을 반영한 40억 원 수준의 배상액을 지급하는 2차 보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합의한 상태지만 일부투자자들은 2차 보상안도 거부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집단소송은 법무법인 오킴스가 맡았으며 소송참여 투자자는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도 시끌시끌하다.

삼성자산운용을 통해 'KODEX WTI 원유선물(H)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220여명이 최근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투자자 두 명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4월 22일 해당 ETF 주요 편입 자산이었던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8,9월물 비중을 늘렸는데 이후 6월물 수익률이 급등하며 손해를 봤다며 법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측은 “당시 WTI 원유 선물 가격 변동폭이 컸고 6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전액 손실이 날 우려가 있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산을 분산했다”며 “매매 계획을 사전에 알리면 전 세계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이를 알게 되고 악용해 선행 매매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월물 변경을 실행하기도 전에 원유 선물 가격이 떨어지며 손실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임의대로 ETF 구성 종목을 변경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라임사태에 이어 최근 금융권에서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며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상황도 있다고 하지만 사전 대책을 마련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 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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