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새 3조1천억 증가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현대경제신문>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현대경제신문>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증권업계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잔액 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속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발행어음 잔액 또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역마진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총 잔액은 16조579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금융업 인가 후 2년 6개월 만에 잔액 규모 16조원 돌파이자, 지난해 말(12조8천922억원) 대비 24.6%(3조1천366억원)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액이 8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NH투자증권 4조4천829억원, KB증권 3조3천750억원 순이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투자은행) 중 정부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어음이다. 발행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발행어음 잔액은 최근 4개월 사이 24%가 늘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속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발발하며 증권업계는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요구)에 따른 자금 압박이 크게 증가했고, ELS 비중이 특히 높았던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의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하 역시 발행어음 잔액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16일 개최된 한국은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되며 0.75%로 떨어지자 발행어음 매력이 높아지며 잔액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발행어음 잔액 증가와 함께 업계에선 증권사 역마진 부담 증가 전망도 나온다. 사태 진정 후 금리가 상승 구간에 접어들면 금리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경색 회피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멈췄다”며 “유동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고금리 발행어음 특판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전반에 걸쳐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 기업금융 운용에 있어 방어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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