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삼성-현대차 총수 만남
현대차-LG·SK 관계 변화 가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재용(사진 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3일 만남을 가진 후 재계에선 대기업간의 새 협력관계가 구축되는 시대가 열릴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공식 만남을 가졌다.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사이의 단독 공개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현대차그룹 수장의 회동도 2001년 정몽구-이건희 회장 만남 후 20여년 만이다. 재계 1·2위 그룹 수장간 단독 회동에 대해 업계에선 재계 3세간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이 이재용 부회장 초청을 받고 배터리 생산 시설이 있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았다. 정 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부회장 일행은 최근 삼성이 핵심 기술을 개발 완료한 차세대 전기차용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에 대해 삼성종합기술원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삼성SDI 배터리 생산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이 가능한 미래 전기차 시장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양측 만남에 대해 재계에선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서가는 국내 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고, 삼성 역시 유럽이 아닌 국내 업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핵심으로 전기차 사업을 지원·육성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날 만남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이번 회동이 포스크 코로나 이후 재계 협력관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현대차와 삼성이 미래 전기차 개발 전략을 공유하고 삼성SDI가 현대차그룹의 주요 배터리 공급처로 발탁될 경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넘어 재계 전반에 걸쳐 그룹사간 관계 변화가 찾아 올 수 있다는 예측이다.

특히 LG와 SK의 전략적 선택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 받아 왔다. 현대차는 LG화학,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이 주요 배터리 공급처였다. 2021년 출시 예정인 순수전기차 역시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삼성과 협력관계를 공식화할 경우 LG·SK 등이 현대차 경쟁사와 관계재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르노-닛산,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4위권을 유지 중이다.

단,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간 회동이 즉각적인 사업 협력 및 확대로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까지 최소 5년이 필요하고 삼성SDI가 현대차 수주를 따내더라도 대규모 생산 시설 확대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배터리 수주 또한 4~5년치가 이미 마무리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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