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20분기 연속적자’, ‘누적 적자금액 4조1천억원’. 이 수치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의 실적이다.

국내시장은 글로벌시장 1위의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애플과 화웨이까지 3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 후발주자였던 중국의 샤오미, 비보 등도 급성장해 LG전자를 앞지르며 MC사업부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MC사업부 재도약을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최근 3년동안에는 매년 MC사업본부장을 교체했고, 지난해에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했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다. 올해에는 그동안 출시했던 ‘G’시리즈를 폐기하고, 자사의 대표 제품인 ‘V’ 시리즈 국내 출시를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LG전자는 최근 수년간의 노력과 절치부심을 올해 출시하는 스마트폰 ‘벨벳’을 통해 결실을 맺으려고 한다.

MC사업부도 ‘벨벳’을 알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출시전부터 제품의 렌더링 디자인을 공개해 네티즌들로부터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으며, 연예인 하하를 섭외해 웹 드라마 형태의 광고도 촬영했다. 기기반납과 LG전자 제품 재구매 등의 조건을 통해 반값 할인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소극적인 마케팅은 없었다.

그럼에도 ‘벨벳’을 두고 이쁘기만한 관상용 스마트폰이라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불만의 핵심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벨벳의 출고가는 89만9천원으로 지난해 출시한 ‘G8 ThinQ’ 비슷한 금액이 책정됐다.

또 ‘벨벳’의 AP(스마트폰 중앙처리 장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로 지난해 LG전가 출시한 ‘V50 ThinQ’의 ‘스냅드래곤 855’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으로 평가받는다. ‘V50 ThinQ’의 출고가는 119만원으로 ‘벨벳’보다는 높지만 출시당시 LG전자는 소비자들에게 20만원 상당의 듀얼 스크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때문에 국내에 ‘V60’를 미출시하는 결정을 고려하면 ‘벨벳’의 출고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올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트렌드는 고사양화로 지난해까지는 중국의 일부 제조사들이 최신 AP를 탑재한 중저가 제품을 출시했지만 올해에는 삼성전자와 애플도 높은 사양의 중저가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50만원대의 삼성전자 ‘갤럭시 A51’은 ‘벨벳’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가진 ‘엑시노스 980’ AP를 탑재했으며, 애플도 50만원대의 ‘아이폰 SE2’에 자사 최신 AP인 ‘A13 바이오닉 칩셋’을 적용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고사양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프리미엄 제품군들의 출고가 200만원에 근접하면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MC사업 부활을 위해 많은 변화를 단행했고 최근 2년 동안 출시한 제품들도 이전보다 높은 품질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지만, 소비자들의 높아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함 셈이 됐다.

LG전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MC사업부의 실적부진을 끊어내고 ‘초콜릿 폰’의 영광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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