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월간 평균 수익률 -37%…추가 손실 우려도

국제 유가 마이너스권 추락<사진=연합>
국제 유가 마이너스권 추락<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지난달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파생 금융상품으로 개발된 ETN이 '묻지마'식 투자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매매 수요가 급격히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천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ETN 시장이 개설된 이래 가장 큰 금액으로 작년 12월(207억원) 이후 4개월 만에 무려 20배나 늘어난 규모다.

당초 올해 2월까지만 해도 ETN 시장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358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천243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4월 들어서는 4천억원을 넘어서면서 거래 규모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함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ETN 시장 거래대금이 하루 8천950억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하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 6일 원유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8천551억원에 달했다.

이날 전체 ETN 거래대금의 96%가량은 원유 선물 연계 ETN 거래대금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거래가 몰리면서 가격 왜곡 현상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 지표가치 대비 ETN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특히 WTI 선물 가격의 일간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 괴리율이 지난달 한때 1천%에 육박하면서 지표가치의 10배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투자 손실 우려도 커졌다. 거래소는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하여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수차례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WTI 선물 ETN 및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유 선물 ETN '사자'를 이어가면서 투기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ETN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9개는 원유 선물 ETN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개인 순매수 상위 1위인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지난달 주가가 79.67% 폭락했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한 달 새 53.09% 하락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55.67%)과 '신한 WTI원유 선물 ETN(H)'(-52.14%) 등도 일제히 급락하면서 ETN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지난달 월간 기준 평균 수익률은 -36.78%에 그쳤다.

해당 종목들의 괴리율이 최고 449%로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고려하면 향후 가격이 정상화할 때까지 추가 급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원배·최지후 KB증권 연구원은 "ETF·ETN 등 상장지수상품(ETP)의 가격은 결국 순자산가치(NAV)라는 기준 가격으로 수렴하게 되므로 기준 가격 대비 고평가된 ETP의 경우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평가된 ETN을 비싸게 매수한 뒤 향후 괴리율이 좁혀지며 가격이 하락할 때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ETN은 국내외 주식·채권·상품·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파생상품시장의 투자상품 다양화를 위해 개발됐다.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으며 선물이나 원자재 등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종목에 대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괴리율이나 롤오버(월물 교체) 등 일반 주식과는 또 다른 투자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