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산업1팀장
김영 산업1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 22일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카타르 석유공사로부터 LNG 운반선 16척 발주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금액으로는 28억5천만 달러(3조5천억원)에 달한다.

올해 카타르 석유공사는 LNG운반선을 최소 60척에서 최대 120척 가량 발주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이들 물량 전부를 우리 업체들이 따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왔다. LNG선 건조기술 및 역량에 있어 우리 업체들이 중국과 일본 업체를 크게 앞선다 알려졌기 때문으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 중 누가 어느 정도 계약을 따내 가는지에만 주목했다.

그렇기에 이번 중국 업체의 카타르 초동 물량 확보 소식은 상당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를 대하는 우리 조선업계 반응이 별 일 아니라는 듯한 모습이라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

업계에선 ‘중국이 카타르 LNG 최대 수입국이란 점 등이 후동조선 계약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과 함께, 중국의 LNG선 건조역량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추가 물량은 한국이 전량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낙관론이 나쁜 건 아니다. 길고 긴 실적 부진의 터널을 이제야 겨우 뚫고 나오고 있는 국내 조선업에 대한 시장 불안을 줄이는데 낙관론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을 좋게만 바라보다 위기를 직시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가 든다.

지난해부터 우리 조선업계는 LNG 한국 대세론을 떠들어 왔다. 세계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추진선 및 LNG운반선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늘 전망인데, 해당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 기업을 압도적 기술차로 앞서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 기술적 한계 및 시장 신뢰 등을 이유로 우리 업체들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 평가절하해 왔다.

카타르 가스공사의 이번 선택은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들의 낙관론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고 본다. 그리고 이게 끝일 거란 장담하기도 힘들다.

세계 조선업 패권은 유럽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과거 유럽과 일본은 한국을 조선업에 있어 자신들의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네끼리 저가 수주 경쟁이나 일삼는 조선 3류국가로 취급했다.

우리 조선이 세계 일류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경쟁국들의 방심과 무시가 한 몫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LNG 수주 경쟁에 있어 중국을 예전 우리를 바라보던 유럽과 일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든다.

글로벌 조선시황 회복시기를 장담키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섣부른 낙관론 보다 차라리 경각심를 불러올 수 있는 비관론이 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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