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급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달 1∼16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43만731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420만6천252명)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작 영화의 개봉이 연기되고 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제작·배급사인 MGM은 개봉 일정을 11월로 연기했고 마블 스튜디오도 ‘블랙 위도우’의 개봉을 다음달에서 11월로, ‘더 이터널스’의 개봉을 11월에서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도 당초 3월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었던 ‘뮬란’의 개봉을 7월로 미뤘다.

또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영화만 70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영화가 떠난 빈자리는 재상영작과 독립·예술영화가 차지했다. 독립·예술영화 ‘유령선’과 ‘엽문4: 더 파이널’은 지난 16일 각각 132개, 128개의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이는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건즈 아킴보’(163개)의 80% 수준에 달한다.

영화업계의 오랜 숙제였던 스크린독과점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로 인해 일시적으로나마 해소된 것이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스크린독과점은 극소수의 일부 영화가 대다수의 상영관을 차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가 5편이나 나왔지만 이중 ‘알라딘’을 제외하고는 모두 과반수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하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특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사상 최초로 일별 상영점유율 80%를 넘기기도 했다.

스크린독과점은 결국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작품성은 높은 영화의 상영을 막는다. 제작자들의 독립·예술영화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성은 더욱더 중요하다. 잘나가는 몇몇 감독의 작품이나 대형 배급사의 작품만 극장에 걸린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은 대형 배급사나 영화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례화된 스크린 수 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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