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규모 ELS·DLS 1천84개 원금손실 가능성
연말까지 만기도래 상품 92개, 1천200억원 규모

NH투자증권 홈페이지의 'ELS 17784회' 만기상환 공지<사진=연합>
NH투자증권 홈페이지의 'ELS 17784회' 만기상환 공지<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세계 증시 주가 및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원금 손실이 확정된 ELS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ELS 17784회'가 만기인 지난달 27일 최종 수익률이 -10.00%로 확정됨에 따라 잔액의 90%를 상환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 ELS는 홍콩H지수(HSCEI)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작년 3월 27일 발행됐는데 만기 시점에 이들 지수가 최초 기준가격보다 각각 15.71%, 16.01%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조건인 '10% 이상 하락'에 진입해 확정 손실을 냈다.

E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2억300만원이어서 투자자들은 원금에서 2천만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KB증권에서도 'ELS 846회'(잔액 1억4천700만원)와 'ELS 847회'(잔액 8천만원)가 지난 7일 만기를 맞아 각각 원금의 10.00%에 해당하는 최종 손실을 냈다.

이 중 846회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847회는 SK텔레콤과 LG생활건강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작년 4월 5일 각각 발행됐는데, SK텔레콤 주가가 발행 시점보다 20% 이상 하락한 결과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 규모가 이미 1조5천억원을 넘기고 있어 향후 투자자 손실 확대 가능성이 우려된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천84개로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천116억원에 이른다.

이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만 ELS 56개(잔액 758억원), DLS 36개(잔액 436억원) 등 총 92개 1천194억원어치에 달해 올해 안에 관련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반등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발행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연계 DLS 중 조기 상환된 종목을 제외한 총 664개 종목 3천980억원어치 중 562개 종목(85%) 3천100억원어치(78%)의 지난달 기준 평가수익률이 -60% 이하로 집계됐다.

또 작년 1월 이후 발행된 공모형 ELS 중 조기상환을 제외한 미상환 상품의 기초자산별 수익률은 평균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ELS·DLS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발행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행된 ELS·DLS는 1천431개, 4조4천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월평균(1천737개, 7조8천612억원)보다 개수는 17.60%, 금액은 43.86% 각각 감소했다.

이중 DLS(104개) 발행금액은 5천460억원으로 지난 2014년 1월(4천973억원)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ELS 발행금액도 3조8천674억원으로 2018년 12월(2조8천373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세계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ELS 등 발행이 크게 줄었다"며 "또한 국제 유가가 역사적 저점을 경신하며 폭락하자 원유 연계 DLS도 기존 발행물량의 대부분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해 투자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ELS·DLS 등 시장은 '사면초가'인 상태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와 수익 악화로 관련 사업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생존경쟁의 위기국면에 진입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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