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환 발행에 우선 투입될 가능성…롯데푸드 6일 수요예측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기업자금난을 진정시킬 총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첫 매입 대상이 될 채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 주관 운용사인 IBK자산운용과 하위 운용사들은 1차 자금 요청(캐피털 콜)으로 들어온 3조원으로 어떤 채권을 매입할지 선별하는 중이며 6∼10일 첫 매입 채권을 결정할 예정이다.

채안펀드의 첫 자금 집행은 향후 어떤 채권에 얼마나 자금을 투입할지 시장에 보내는 신호가 되는 만큼 매입 조건과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 등을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IBK자산운용은 일단 3조원의 자금을 8곳의 하위 운용사들에 분배해 채권 종류별로 매입 규모를 결정한 상태다.

하위 운용사들은 매입을 담당할 채권의 종류가 각각 지정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채, 은행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기업어음(CP)·단기채 등 4가지 종류별로 각각 하위 운용사가 2곳씩 지정됐다.

채안펀드의 자금은 기존 채권의 만기에 맞춰 비슷한 액수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차환 발행'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차환에 실패한 기업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만기도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자칫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종류별 채권 만기 금액은 은행채 9조310억원, 회사채 6조5천495억원, 기타금융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3조9천338억원 등이다.

전체 만기 금액에 비하면 재원이 한정적인 점을 고려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채권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푸드가 6일 채무 상환 목적으로 7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첫 수혜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푸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는 발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지난달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AA'와 'AA-' 등급 기업들도 수요예측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롯데푸드의 수요예측은 지난달 17일 포스파워 이후 3주 만의 회사채 수요예측이다. 포스파워는 신용등급 'AA-'임에도 수요예측에서 500억원의 모집 금액 가운데 400억원만 매수 신청이 들어와 목표액에 미달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사례가 4월에도 나올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가 가중돼 금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롯데푸드 회사채에 채안펀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시장의 자체적인 노력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며 이른바 '모럴해저드' 논란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여 향후 채안펀드의 채권매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이 채안펀드에 의존해 조달비용을 낮추려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채안펀드 운용 방침에 대해 "시장의 조달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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