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한 생보사 초저금리 ‘후폭풍’
손보사 과당경쟁 줄어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할 전망

<사진=연합>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익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5조3천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9천496억원(26.8%) 감소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재정을 운용하는데 투자영업이익이 보험영업 적자를 상쇄시키지 못한 것이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보험사들의 영업손실액은 2017년 23조2천158억원에서 2018년에는 26조7천699억원, 지난해 30조4천409억원을 기록하며 점점 늘어났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로 운용자산이익률은 3.5%에 머무른 반면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4.22%를 기록하면서 투자영업이익이 악화됐다. 전체 보험계약 중 2000년대 초반까지 생보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한 연 5~6% 이상의 금리확정형 보험이 40% 이상을 차지하며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의 우려를 씻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되지만 이마저도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공동재보험이란 고금리 계약을 보유한 보험사가 추후 금리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재보험사와 공동 부담하는 제도다.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금리보다 향후에 시장금리가 떨어져 역마진이 예상될 때 금융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금리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공동재보험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또한 보험업계는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현재 30%인 해외투자 한도를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이를 반영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투명하다. 한화생명(29.3%)을 비롯해 푸본현대생명(26.2%), 교보생명(22.7%), 동양생명(22.4%), 농협생명(21.4%)은 이미 일반계정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 비율이 법적 허용 한도에 근접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대면영업까지 막히면서 신계약 또한 줄어들 전망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는 생명보험 특성상 코로나19로 설계사들의 실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실적이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신계약 과당경쟁이 줄어들었고 자동차 보험 손해율 및 장기위험 손해율도 평일 교통량 감소와 함께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에 비하면 손해보험사의 상황은 비교적 낫다는 전망도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손해보험업계에 대해 “신계약 판매가 안정화되면 사업비율이 안정화되고 이익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저금리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고 장기간에 걸쳐 반영된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2분기부터는 개선 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