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림, 8개 회사와 가축 사료값 담합”
서울고법 “담합이라 보고 어렵다” 하림 승소
공정위, 상고했지만 2년 가까이 결론 안 나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하림그룹이 가축사료 가격 담합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벌이는 행정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법원 특별1부는 팜스코와 하림지주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취소소송 상고심을 25일 현재 심리 중이다.

이 소송은 하림그룹 계열사인 팜스코와 옛 하림홀딩스, 옛 제일홀딩스가 동물 사료 가격을 담합했다고 공정위가 지난 2015년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정위는 “카길애그리퓨리나(카길),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우성사료 등 11개 회사가 돼지와 닭, 소 등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을 담합했다”고 밝혔다.

이중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는 지난 2018년 7월 합병해 하림지주로 재탄생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회사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에 4년여간 모두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폭과 적용시기를 담합했다.

담합은 모두 11차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카길 등 매출 상위업체가 사전에 합의한 범위 안에서 먼저 값을 올리고 나머지 업체들이 며칠 뒤 따라가는 식이었다.

원재료 값이 폭등하던 2006∼2008년에는 이런 담합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사료 가격이 60% 정도까지 뛰었다.

반면에 값을 내려야할 때는 인하폭을 적게 유지했다.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인 농협사료가 2009년 농가 안정을 돕기 위해 가격을 낮추자 카길 등 11개사도 며칠 뒤 한꺼번에 가격을 내렸지만 농협보다는 인하폭을 적게 했다.

하지만 팜스코와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는 이 제재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하림의 승소였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 2017년 5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나머지 8개 회사와 함께 정보교환 행위를 통해 공동으로 배합사료 가격을 결정 또는 변경하려는 묵시적 또는 명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배합사료 원재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성과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의 영향, 사료업체들이 원재료를 해외에서 공동으로 구매하는 사정 등으로 유사가격변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11개사 사장급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온 것과 관련해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오던 모임으로서 친목 도모와 사료업체간 상호 견제를 위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서울고법 판결 10여일 뒤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년이 가깝게 지난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림이 공정위에 다투는 것은 이 뿐 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당시 21살이던 아들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 100%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회사 차원의 부당지원 행위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품은 닭고기 가공회사로 육계통닭과 삼계통닭, 엄나무 삼계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하림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22.64%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2대주주는 한국인베스트먼트다.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이 회사의 지분 19.98%를 갖고 있다. 올품의 지분은 4.3%에 불과하다.

올품은 하지만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즉 하림지주 지분의 24.28%를 올품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2011년 700억원대였던 올품의 매출이 2018년 3천억원 대로 급증하는데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됐고 이 과정에 김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하림은 양계농가에게 지급하는 육계 매입비용을 부당하게 낮췄다는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다툰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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