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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29, 타이밍의 효용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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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0  08: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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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타이밍의 효용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저수지 둑에 작은 균열이 생겨 물이 새기 시작할 때 긴급히 작은 모래주머니라도 하나 채워서 막으면 더 이상 갈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게을리 방치해두었다간 균열이 점점 커지고 물 새는 구멍이 넓어져서 둑을 보수하는 데 훨씬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그조차 하지 않으면 아예 둑 전체가 허물어져 무너진 것을 치우고 둑을 다시 쌓아야 하는데, 이때에는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새 북을 쌓는 것보다 배나 더 힘든 공사가 되고 만다. 비용과 노력면에서 게으름에 대한 보상은 큰 낭비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평소 준비성과 대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빨리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교훈이기도 하다. 
‘타이밍’이란 것은 매사에 중요하다. 적기(適期)를 놓치지 않으면 시간과 노력의 소모는 최대로 줄이면서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불가피한 손실과 피해라도 이것을 최대한 줄이는 길이 된다. 우리 사회가 근 몇 년의 사건들(세월호 사건, 메르스 소동, 대형산불 등등)을 통해 분명히 경험했듯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고, 타이밍을 놓치면 살릴 수 있는 목숨도 잃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손쉬운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는 무얼까. 
첫째는 안이함과 게으름이다. 작은 불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괜찮겠지’ ‘귀찮은데’하면서 방치하다가 불이 커지기 시작하면 이것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폭발은 이제 와서 되될릴 수 없는 골칫거리 재앙이 되었지만, 사건 당시로 거슬러 가보면 비상 발전기의 정상적인 대처라든가, 사건 초기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처하는 등으로 극단적인 재난을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 과시를 좋아하는 리더들은 해도 별로 표가 나지 않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날마다 일상적인 점검을 해서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산 밑에 작은 불이 났을 때 재빨리 물 한 바가지를 부어 불을 꺼버리면 사건은 확대되지 않는다. 불이 커진 뒤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불을 진압하면 대통령 표창도 받을 수 있지만, 밭고랑 하나가 타기도 전에 불을 꺼버리면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될 것이므로 불을 끈 사람의 공로는 드러나지도 않는다. 너무 잘하면 표가 나지 않아 칭찬받을 일이 없고, 평소 관리를 게을리 해서 큰 일이 난 뒤에 이것을 수습하는 사람은 그 공이 크게 표가 나서 세인의 칭찬을 받는 것이니, 이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장자>에서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훌륭한 왕의 정치란 그 공적이 온 세상에 미치지만 자기가 한 일이 아닌 것처럼 하고, 만물에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의 이름도 알지 못하고 만물은 각자 자기 즐거움을 누리며 살게 된다.” 
이런 비유도 있다. 
물고기들은 날마다 어항의 물을 깨끗이 갈아주는 주인의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어항을 게으르게 놓아두었다가 물이 혼탁해져서 물고기들이 힘들어할 때에야 물을 갈아주면 물고기들은 그 주인을 고마워하고 의지하게 된다.‘ 
역시 좋은 정치가 갖는 아이러니다. 

선의를 베풀어야 할 때 베풀지 못하는 것도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다. 단순히 게으름만이 아니라 인색함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다시피 장자(莊子)는 살림에 별 관심이 없어서 집이 가난하였다. 그러나 딸린 식솔이 있었기 때문에 생계의 문제는 천하의 장자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을 것이다. 당장 끓여먹을 곡식이 없어 몇 끼를 굶었던지, 장자가 고을 수령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런데 감하후는 무척 인색했던 모양이다. 상대가 천하의 장자 선생이라 차마 거절하기는 어려워서 이렇게 변명했다.
“물론 빌려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몇 달 후에는 세금 거둘 때가 됩니다. 세금을 거둬서 창고가 넉넉해지면 그때 3백금이라도 빌려드리겠습니다. 기다려 주시겠죠?”
말을 듣고 장자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큰돈은 필요하지도 않거니와 당장 잡곡 한 부대를 살 몇 푼이 없어서 온 것인데, 굶어죽은 다음에야 3백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가 지난 번 이곳에 올 때 도중에 무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장자는 화를 자제하고 그답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돌아다보니 길 가운데 수레바퀴가 지난 자국 패인 곳에 꿈틀거리는 게 있었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붕어 한 마리가 있더군요. 전날 비가 왔을 때 넘친 도랑에서 올라왔다가 그곳에 갇혔던 모양입니다. 물은 이미 말라가고 있었죠.”
“이런! 그 물고기가 선생을 불렀단 말입니까? 바퀴자국에 물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금방 말라버릴 테니 물고기의 목숨이 위태로왔겠군요.”
흥미를 나타내는 수령을 외면하면서 장주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물었습니다. 붕어야. 이런 메마른 곳에서 너는 무얼 하고 있는 게냐? 그러자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동해용왕의 신하입니다. 미안하지만 물 한 바가지만 부어서 저를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역시 선생님은 기인이십니다. 붕어가 부르는 소리도 알아들으시다니요.”
감하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요. 그런가? 알겠네. 한 됫박 물로 자네가 장차 살아나기는 어려울 테니 좀 힘들지만 내가 이렇게 하겠네. 내일이라도 떠나서 남쪽 오나라와 초나라 임금을 만나고, 그들에게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들이는 수로를 파서 이곳까지 연결하도록 말이야. 그들은 임금이니 많은 장정들을 동원하면 석달 이내에 수로가 완성될 걸세. 그러면 자네는 수로를 타고 서강을 거쳐 동해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나. 나는 한 됫박 물이 문제가 아니라 강줄기라도 끌어다가 붕어를 살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아하. 참으로 너그러우십니다. 마음을 그리 크게 쓰시다니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감하후는 뭔가 찜찜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붕어가 강물을 끌어오는 석달 뒤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장자가 피식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러게 말이지요. 내 딴에는 크게 도우려고 했던 건데. 붕어가 벌컥 성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물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란 말이야. 당장 한 됫박 물만 부어줘도 숨을 쉴 수 있을 텐데, 당신 말대로 석 달 뒤라면 나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으려는가?” 


覩有者 昔之君子 覩无者 天地之友
도유자 석지군자 도무자 천지지우
- 있는 데서 보는 사람은 옛날의 군자요, 
없는 데서 보는 사람은 천지의 벗이다. 
(<장자> 재유(在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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