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 차장
성현 산업부 차장

지난 9일 오전 NS홈쇼핑은 T커머스 채널 NS샵플러스에서 마스크 1천500세트를 판매했다.

NS홈쇼핑은 고객 1인당 1세트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전화로만 주문을 받았지만 방송 시작 7분 만에 완판했다.

하루 앞선 8일 마스크 4천세트를 7분 만에 전량 판매한데 이은 흥행이었다.

현대홈쇼핑도 7일 새벽 4시 마스크 230세트를 판매해 바로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고가 워낙 빠르게 소진되다 보니 고객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서버가 다운되는 것은 기본이었고 230세트를 판매한 현대홈쇼핑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객 항의 글이 9천건이 넘는 지경이었다.

대부분 수십차례씩 주문을 시도했지만 구매를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글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홈쇼핑사들의 입장은 같았다. 급하게 판매방송을 준비하다 보니 물량이 적었고 서버 확충에 인력을 투입했지만 고객들이 몰려 서버 다운을 막지 못했다는 해명이었다.

두 홈쇼핑사가 이렇게 급하게 마스크 판매방송을 한 것은 정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홈쇼핑업체 10곳과 한국TV홈쇼핑협회, 한국티커머스협회와 긴급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대응을 위해 마스크 판매방송을 긴급 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과기정통부는 방송 재승인과 연간 이행점검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방송 허가권을 무기로 마스크 판매방송을 강요한 것이었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서 어떻게든 마스크 판매방송을 해달라고해서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며 “이번에 판매한 물량이 사실 판매할 수준의 양도 아니었고 마스크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제품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에 마스크 판매방송을 한 곳들의 상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이 올해 5월 방송 재승인을 앞두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홈쇼핑사들의 마스크 판매 물량이 적었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 이는 과기정통부도 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홈쇼핑사들에게 마스크 재고소진과 물량확보 어려움 등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자인한 부분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판매를 강요했고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국 물량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은 홈쇼핑사에게 집중됐다.

이번 홈쇼핑 마스크 대란은 정부의 보여주기 식 행정의 결과다. 애초에 판매물량이 부족할 것을 알면서도 민간업체를 옥죄어 강행한 일방통행 식 행정이다. 아무쪼록 당초 약속한 가점이나 잘 챙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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