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기업별 산업지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4일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4년 산업 전망’을 발표하고 내년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환경 요소에 대한 분석과 업종별 경기 전망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국내외 경기 호전으로 설비투자는 회복됐으나 가동률은 아직 부진한 것으로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상반기 부진했으나 하반기 회복세로 돌아서 4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은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회복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며 현금을 확보하게 된 것과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연구소는 기업들의 평균가동률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생산 현장에서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는 엔화 약세에 다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가격경쟁력 저하 및 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특히 대일본 수출은 10% 감소했으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제품과 산업기계의 경우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수출까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경상수지 흑자는 증가했으나, 이는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도체의 경우 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수출 1위 품목에 복귀했으며,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내년 산업 전체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기업별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으며 경제심리지수 역시 상향 추세에 있다”면서도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실적을 제외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심리지수도 아직 100을 회복하지 못해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며 “내년도 산업 전체로는 올해보다 양호한 지표들을 보여주겠지만 업종별 온도차가 크고 업종 내 기업들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또 내년 내수와 수출은 올해보다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반도체, 자동차, 의료·정밀기기, 철도장비 등은 업황이 호황 또는 안정 국면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들 업종은 이익 증가로 유입된 현금을 경쟁력 강화 및 미래를 위한 성장 포트폴리오 위주로 재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부동산 개발·공급업, 건설, 조선, 해운, 건설기계 등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들은 내년에도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부품, 영상, 통신장비, 제지 업종의 경우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리스크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며 철강, 유통, 전기장비, 비금속광물, 항운, 의류 등은 업황이 둔화 내지는 불황기에 진입해 기업들의 현금유동성과 재무건전성이 점차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완 산업경제팀장은 “내년 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는 하나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했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도 성장지향에서 내실 위주로 경제운용 전략이 수정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내 기업들도 과거 문어발식 확장이나 과도한 차입에 의지한 성장전략에서 탈피해 한정된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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