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억 이상 보수를 지급했던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올해 보수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앞으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은 등기임원을 연간 보수 5억원 이상일 경우 개별내역을 공개해야해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재벌닷컴이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 5억원 이상 기록한 219개 12월 결산법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6.2%에 달하는 123개사가 올해 1~9월 누적 지급 보수액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0% 미만 낮아진 곳이 42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50% 이상 낮아진 곳도 20개사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총수나 가족들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하락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경배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조양래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한국타이워월드는 전년보다 70%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지급한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8억2천900만원 중 9월까지 14억4천4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4억1천500만원 지급에 그쳐 71.2% 급감했다. 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지난해 19억500만원 중 9월까지 13억3천3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3억9천300만원으로 70.5% 줄었다.

이 외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보수가 30억원을 넘은 SK텔레콤, CJ제일제당이 60% 하락했으며,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GS건설, STX조선해양, E1, LG화학, LG상사, 에스원 등도 50% 이상의 하락율을 보였다.

반면 삼성점자는 지난해 1인당 52억100만원 중 9월 말까지는 35억5천6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39억8천만원으로 11.9% 늘었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14억7천100만원 16억1천400만원으로 9.7% 증가했다.

동양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총수 및 가족에게 45억원대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현 회장은 자신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주)동양에서 14억4천만원, 동양네트웍스 12억5천만원, 동양시멘트 7억6천500만원 등 총 34억5천500만원을 9월까지 지급받았다.

이들 3곳은 현 회장 부부에게 보수를 지급한 직후인 10월 1일부터 법정관리를 신청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동성 위기로 외부 자금차입에 나선 한진해운도 9월 말까지 1인당 평균 10억4천만원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정은 회장이 이사회의장 겸 등기임원으로 있는 현대상선은 같은 기간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2억2천20만원을 지급했다.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난달 29일 이후 사업보고서나 분기·반기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은 등기임원 연간 보수 5억원 이상일 경우 개인별 보수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보수지급을 크게 줄인 기업들을 놓고 개인별 보수공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사업으로 대상기업은 2천51개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