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금융부 기자
이승용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연초부터 증권업계가 뒤숭숭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비롯해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한국투자증권 PB의 고객자금 횡령 건 등으로 증권가 분위기는 어둡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고객과 투자자를 기만하고 개개의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려 했다는 데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날이 갈수록 피해액이 점점 늘어나 역대급 금융사기로 회자될 정도다. 초기에는 6천억원 규모였지만 현재는 환매 중단으로 묶인 돈이 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수와 피해액이 급증해 환매중단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진화작업은 진전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피해의 책임소재를 놓고 초반 라임자산운용을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이제는 판매를 맡았던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고위험 상품과 부실펀드임을 인지하고도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의 시각이 매섭다.

순간의 이익에 취해 달콤한 꿀 같았던 펀드 상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증권사를 갉아먹는 독이 돼 돌아왔다.

라임 사태로 어수선한 증권가에 어두운 소식이 또 전해졌다.

지난 17일 하나금융투자 소속의 애널리스트 한 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선행매매 의혹이 있는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부당하게 이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공표할 조사분석자료 기재 종목을 공표 전에 공범에게 미리 알려줘 매수하게 했다. 이들은 공표 후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들이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은 약 7억6천만 원이다.

비슷한 시기 한국투자증권의 PB가 고객의 돈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고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고액상품가입을 유도해 투자금 13억여 원을 빼돌려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초부터 증권가를 뒤숭숭하게 만든 이 사건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고객은 뒷전으로 한 채 증권사와 직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익추구에만 눈이 먼 일부 증권사와 몇몇의 미꾸라지 같은 직원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다가 업계 전체의 물을 흐려놓고 있는 셈이다. 고객의 이익과 시장 발전을 위해 맡은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의 증권가 직원들로서는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으니 참으로 억울할 일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증권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게 됐다. 금융당국도 매번 금융사고가 터진 다음에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초기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관리감독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투자자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사태를 신속 명확하게 해결한 후 또 무책임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관리감독 능력을 상실한 금융당국과 신뢰를 잃은 일부 증권사에 무한정 애정을 쏟을 만큼 순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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