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 정부 승인 조건 달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정부가 SK브로드밴드와 홈쇼핑 사의 송출수수료 협상에 개입한다. SK브로드밴드가 홈쇼핑사와 송출수수료 협상을 하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최종 협상 결과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또 SK브로드밴드가 송출수수료 총액을 매년 공개하고 개선방안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23%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송출수수료 급증으로 고민하던 홈쇼핑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협상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과기정통부, 송출수수료 승인 조건 내걸고 SKB-티브로드 합병 승인
송출수수료 협상에 정부 개입한 첫 사례…홈쇼핑업계 “환영할만한 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

합병법인의 지분 구조는 SK텔레콤 74.4%, 태광산업 16.8%, FI(재무적투자자)8.0%, 자사주 및 기타 0.8%다. 합병법인의 1대주주는 SK텔레콤, 2대주주는 태광산업이 된다.

이번 승인으로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기존 13.91%에서 23.83%로 끌어올리게 됐다.

LG헬로비전(옛 CJ헬로)을 인수해 점유율 24.42%를 확보한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번 승인에서 SK브로드밴드의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상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합병법인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력이 커짐에 따라 송출수수료가 급격하게 인상되고 판매수수료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구제적인 방안은 크게 네가지다.

우선 SK브로드밴드는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며 계약서도 정부가 2018년 1월 마련한 ‘유료방송-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표준계약서’를 활용해야 한다.

또 계약절차와 송출수수료 금액산정 기준을 마련,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채널 변경허가‧승인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아야 한다.

아울러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은 계약절차와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홈쇼핑에 통지하고 매년 홈쇼핑 송출수수료 총액과 전년 대비 증가율, 수신료매출 대비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송출수수료 개선 계획도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아야 하며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이행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IPTV와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가 정부 승인을 거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IPTV업체와 홈쇼핑사가 송출수수료 협상을 해서 채널 번호가 결정되면 IPTV업체가 정부에 통보하고 끝났다”며 “정부 승인을 받아야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송출수수료 인하가 한층 가까워지게 됐다.

홈쇼핑사들의 송출수수료는 매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자료에 따르면 국내 13개 일반홈쇼핑·데이터홈쇼핑업체가 지난 2018년 97개 유료방송(케이블·위성·IPTV) 사업자들에게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총 1조6천337억원이다.

지난 2012년(8천702억원)과 비교하면 6년만에 두배나 상승한 금액이다. 직전해인 2017년(1조3천874억원)에 비해서도 17.7% 많다. 이는 홈쇼핑업체들의 지난 2018년 방송매출 증가율(11.8%)을 뛰어넘는다.

홈쇼핑업계 ‘빅4’로 불리는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의 한해 영업이익이 1천200억원에서 1천3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지급한 송출수수료가 2천800억원에 이른다”며 “이렇게 막대한 송출수수료는 중소협력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결국 판매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홈쇼핑방송 시청자가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는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 판매수수료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높이지 못해 업계 전체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과도하게 높은 송출수수료를 요구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2개월 만에 합의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현대홈쇼핑은 홈쇼핑업계 1위 사업자지만 IPTV 가입자를 앞세워 협상에 나서는 LG유플러스에 별다른 힘을 못 쓰고 방통위에 합의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홈쇼핑사들은 정부나 정치권에 송출수수료 인사를 요구해왔다.

조순용 한국홈쇼핑협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매출의 절반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다”며 “송출수수료가 높아지면 홈쇼핑 회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조순용 협회장은 이어 “홈쇼핑 회사들이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도) 견디도록 해달라”며 “송출수수료가 높아지게 되면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 판매수수료를 전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홈쇼핑사들은 과기정통부의 이번 결정에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한 대형 홈쇼핑사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예정처럼 급격하게 송출수수료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홈쇼핑사 관계자는 “정부가 송출수수료 문제를 지켜본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홈쇼핑사들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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