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포식자(捕食者)와 피포식자로 나뉜다. 잡아먹는 무리와 먹히는 무리가 그것이다. 말없이 모든 것을 내준다는 야생의 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소나무 빽빽한 곳에 다른 나무가 비집고 살수 없다. 밤나무 밀집한 곳에 아카시 나무가 뿌리내리고 살아내기가 거의 어렵다. 토양이 달라서도 아니란다. 종(種)이 ‘다른 생물이 살지 못살게 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시기하고, 내치고, 물리적 가학으로 못살도록 하는 원초적 본능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있어서다.

시장도 포식자와 피포식자로 나뉜다. 경쟁이라는 물리적 작용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자연법칙에 다름 아니다. 경쟁력을 가진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무작정 힘만으로 시장을 차지하는 게 아니다. 공정한 룰에 의해 시장을 점유하고 지배한다는 의미이다.

가끔, 엉뚱한 룰을 들고 나와 시장을 석권하는 예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를테면 국내산 양파시장 판도를 바꿔놓는 경우가 있다. 농산물의 가격변화는 거의 일정한 룰에 의해 예측이 가능하다. 매점매석에 의한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면, 예측은 거의 불변이다.

시장은 변화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평온하던 시장이 뒤집어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가까운 나라 중국산양파를 대량으로 들여온 몇몇 업자들의 농간 때문이다. 국내산 양파 값이 하루아침에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배후에 청와대와, 정당과, 정부와, 특정사회단체가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사법부 일단의 무리들도 그들과 한패란다. 아니, 사실이란다. 나아가 북쪽나라도 권부와 밀접하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지자체선거가 바로 북쪽나라가 적극 나선 결과 여당이 압승했단다.

이미 국민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총선도 북쪽나라가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를 도울 거라고 장담한다. 근자에는 갖은 욕설로 남쪽나라대통령에 대고 욕을 차지게 잘해대지만, 다 ‘믿고 하는’ 시늉이란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줌도 못되는 포식자들에 의해 국산양파 값이 똥값이 되었다. 시장이 마비될 지경이다. 우선 국내산 양파의 판로가 막혔다. 농민들이 파산할 지경이 된 것이다. 시장상인들이 하루아침에 피포식자로 전락했다. 그들만이 그리된 것이 아니다. 농약에 오염된 외국산양파가 누구의 식탁에 오르겠는가.

검찰이 진상규명에 나섰다. 결국 소문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곁가지가 어마어마했다. 정치장사꾼들의 행각이 가관이다. 조사하는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 바르지 못한 수단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삼국지 옛적 소설에나 나옴직한 간계, 반간계, 연환계 등등, 눈 밖에 난 ‘충신’ 몰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도 한때는 무리의 대장이 엄청 예뻐하던 인물이다. 시장사람들은 다 안다. 양파시장을 교란한 무리들과 그 수단까지를 모두 안다. 이미 ‘비아이피’만 모를 거라고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지경이 되도록 시장을 감독하던 사람들은 뭘 했느냐고 탓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모두가 정신 줄 놓고 살았음을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는 말에 귀 기울인다. 천만다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명함과 똑똑함이 최근 주말이면 이순신광장에서 절절히 드러나고 있다.

시장은 한때 포식자에 의해 먹힐 수는 있다. 다만 자연적인 생태계질서라면 순응만이 잘사는 길이다. 그러나 인위적이거나 간악한 권모술수, 빨갱이들의 작태라면 막아내야 한다. 죽음도 불사한다. 그들이 시장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사람의 정신이다. 시장의 자유경쟁질서가 그것이다. 무능과 부패덩어리 포식자는 썩어 문드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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