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신인(神人)과 지인(至人)

 
 

#24, 신인(神人)과 지인(至人)   
 
견오가 연숙에게 물어 이르기를 “접여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는데, 너무 황당해서 사람의 일이라곤 생각할 수도 없더군. 그가 말하기를, 막고야라는 산에 신인(神人)이 살고 있는데 피부는 눈이나 얼음처럼 하얗고 용모는 처녀와도 같이 아름답대. 그런데 곡식을 먹지 않고 바람이나 이슬을 마시며,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용을 부려 사해(四海) 밖까지 돌아다닌다는군. 그가 정신을 집중하면 만물을 병들지 않게 하고 해마다 곡식을 잘 익게도 한다는군. 이렇게 허황되니 당최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장자> 소요유 편) 

- 이건 무슨 도술을 부리는 사람 얘기 같아요. 막고야 산의 신인.
- 좀 그렇지? 
- 이것도 넌픽션이죠? 
- 하하하. 좋도록 생각하게. 
- 사람들이 흔히 쓰고 있는 외계인 사진 중에 저런 모습이 있죠.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피부는 용모는 처자처럼 아담한….
- 외계인 사진이 있다고? 
- 로즈웰의 외계인 모르세요? 
- 아아, 그 것? 하하하…. 사진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봤다마는 꾸며진 사진 아닐까? 
- 에이, 왜 그러세요. 널리 알려진 사진이고 증언도 많이 나왔는데.
- 증언까지 꾸며냈다는 거 아닌가?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 허허허… .
(*참고, 로즈웰의 UFO 추락사건: 1947년 7월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 지역의 한 농장지대에 하늘로부터 UFO가 추락했다고 전해오는 사건. 당시 로즈웰 주민 수백명이 추락물체를 목격했다고 하며, 일부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생존해 있다. 주장에 따르면, 사건 직후 미 공군이 출동하여 현장수색을 하고 비행접시의 잔해와 외계인으로 보이는 시신을 수습했다고 한다. 공군사령부의 수색 책임장교는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브리핑했으나, 이튿날 공군 당국은 ‘비행접시 추락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추락한 것은 기상관측용 기구이고 외계인으로 알려진 사체는 실험용 마네킹일 뿐이라고 공식발표하였다. 이후 목격한 주민들에게는 군에 의해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햐지만 오늘날까지 목격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즈웰의 외계인’으로 알려진 사체의 모습은 아담하고 하얀 피부를 지닌 인체모형과도 같다. 2016년 미국 대선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어떤 지지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외계인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 내친걸음에 견오와 연숙의 대화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그 허황된 얘기를 왜? 
- <장자>에 이런 허황된 얘기가 있다는 걸 사람들도 좀 알아야 해요. 
- 그럴 필요가 있나? 현실을 사는 것도 복잡한 터에 무슨 옛글, 그것도 허황한 옛글까지 다 찾아 읽는 일이 왜 필요하담? 
- 에이 참, 너스레는…! 일단 들어보세요. 직접 쓴 분이니 이미 아실 테지만.그때 견오가 연숙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터무니없이 황당하다고 했는데 연숙이 뭐라 했는지 아시죠? ‘눈 먼 사람은 아름다운 문양을 볼 수 없고 귀 넘 사람은 황홀한 음악을 들을 수 없다네. 그게 꼭 육신의 일만이겠는가. 사람 마음에도 장님이나 귀머거리가 있으니, 바로 자네야말로 눈뜬장님이로군.’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답답한 사람이라고 힐난한 것이지요.    
- 그러니까 막고야산의 신인 이야기는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고 한 셈이로구만. 얘기를 전한 견오만 모자란 사람이 됐네 그려. 
- 그렇게 말 돌리지 마세요. 이 대화를 전한 사람이 바로 장자님인데, 왜 이렇게 발뺌하시는지. 
- 흠, 흠. 그게 말이지.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황당한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가? 우리 시대에는 이런 얘길 잘못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웃음 사는 게 다반사였다네. 그러니 이렇게 돌려서 말할 수밖에 없었지. 
- 나도 들은 얘기야… 라고 말이죠? 
- 그렇지. 
-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는 얘기야… 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요. 
- 자넨 너무 앞서가는군. 
- 아직도 발뺌하시는군요. 
- 인간을 믿을 수 없어서 말이지. 
- 그건 나도 그래요. 하여튼, 남이 모르는 걸 아는 사람은 일단 몸을 사리는 게 안전하긴 하죠. 미래를 내다본다든지, 남의 과거를 꿰뚫어본다든지, 이런 사람은 남을 좀 불편하게 하는 게 사실이거든요. 
- 그래, 좀 불편하긴 할 거야. 저 사람이 나에 관해 또 무엇을 알고 있을까 불안하거든. 
- 신인(神人)에 대하여 더한 얘기도 있더군요.‘이런 사람은 어떤 것으로도 해칠 수가 없다. 홍수가 나서 물이 하늘까지 차올라도 그는 젖지 않고, 큰 가뭄으로 돌과 쇠가 녹을 정도가 되어도 그는 뜨거워하지 않는다. 죽정이 낱알 하나로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데, 무엇 때문에 나라를 다스리는 일 따위를 하겠느냐. 
- 정치 따위? 
- 웃기지 마란 얘기죠? 요임금이 나라를 좀 맡아달라고 찾아갔다가 퇴짜 맞았던 일을 이렇게 풀어 말한 거죠? 기산지절(箕山之節). 
- 하하하. 그런 일이 정말 있었을까? 
- 맞아요. 나도 그 점은 좀 의문스러워요. 다만, 세상에 도통한 신선들이 있다면 그들이 왜 사람들의 민생고를 해결하는 데 나서서 도움을 주지 않을까, 궁금하던 시절이 있었네요. 
- 그래? 지금은 궁금하지 않은가?
- 어느날 이렇게 깨달았죠. 정말 신선의 도를 통하고 나면 세상 일이 다 공허하게 여겨질 터인데, 굳이 나서려고 하겠는가.    


* 瞽者无以與文章之觀 (고자무이여문장지관)
눈 먼 사람은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없고
聾者无以與乎鐘鼓之聲 (농자무이여호종고지성)
귀 먼 사람은 아름아운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장자> 소요유 편)
-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고 귀로 듣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한 사람을 가리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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