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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23, 붕정만리(鵬程萬里)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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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9  17: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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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붕정만리(鵬程萬里)   
 
“북쪽 바다에 큰 물고기가 있다네. 이름을 곤(鯤)이라 하지. 얼마나 큰지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어. 이 물고기는 바다 속에 있다가 가끔 새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오른다네. 그 새 이름은 붕(鵬)이라 하지. 붕이 물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 수면에는 공중으로 삼천리나 솟구치는 파도가 일어난다네. 붕은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 높이로 날아올라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한 번 떠났다가 돌아와 쉬는 것은 여섯 달이나 지나서지.” (<장자> 소요유 편) 

- <장자> 첫머리에 놀랍고 재미있는 얘기가 있더군요. 
- 그래. 재미있으라고 써넣은 거야. 
- 흥. 그저 재미만 생각해서 쓴 거라고요? 
- 아니면? 
- 무슨 비밀이 있어요. 내가 보기엔. 
- 비밀? 흠칫! 무슨 비밀이 있는데? 
- 여기에는 약간의 허풍과 아주 작은 힌트가 있는 것 같더군요. 
- 호오. 
- 거대한 물고기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 여기에서 나는 두 형상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죠. 공통된 특징이 있어요.  
- 뭔데?
- 물속을 다니는 물고기나 하늘로 날아가는 새는 모두 유선형의 몸매를 지녔을 거라는 점. 
- 그거 흥미롭군. 
- 오늘날 유선형의 몸을 가지고 깊은 물속에 다니는 거대한 존재란…
- 이런! 무슨 핵잠수함이라도 된다는 건가? 
- 핵보다 강한 연료를 가지고 있죠. 
- 헐, 그게 뭔데? 
- 제가 압니까.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력일 텐데. 핵연료보다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거의 무한 에너지에 가까운 수단이 있을 거에요. 
- 그 옛날에?
- 말로는 옛날 얘기라 하면서, 인간들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고도의 문명기술을 암시하고 있는 것 아니에요? 
- 헐! 점입가경일세. 그건 자네의 상상이지. 
- 그래요. 상상이긴 해요. 
- 오케이. 그저 상상이라고 해두지. 소설에는 상상의 자유가 있는 법이니까.
- 그러니까 물속에서 잠수함처럼 숨어 지내다가 가끔 한 번씩 하늘로 솟구쳐 6개월을 머무는… 지금으로 치면 잠수함 같기도 하고 비행선이나 로켓 같기도 한 물체겠지요.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한 걸 보면 은하열차999처럼 긴 몸통을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천리’라는 말은 과장이겠죠. 하여튼 초강력의 연료를 사용하는 건 맞을 거에요. 
- 은하열차999? 허엇, 이제 소설에서 만화로 옮겨가는군. 무슨 새나 물고기가 그렇게 거대할 수 있단 말인가. 
- 그러니까, 새나 물고기 같은 생물이 아닐 거라는 말이지요. 
- 그런 긴 몸통을 지니고 물속이나 하늘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동물이라면 혹시 용(龍) 같은 동물을 비유해서 말한 건 아닐까?  
- 하하하. 연막 치지 마세요. 장자님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요. 
- 뭔가라니, 무얼? 
- 당시 고대인의 상식으로는 새가 아니면서 날아다니는 것이나 물고기가 아니면서 물속에 숨어 사는 물체라는 건 도저히 알지 못했겠죠. 스스로 움직이는 물체는 생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테고요. 그래서 본래 물고기인데 가끔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어요. 다만 이것을 기록하려니, 고대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새니 물고기니 하는 식으로 쓸 수밖에 없었겠지요.  
- 아하, 그랬던 거구만? 실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고대인에 불과했네. 그때 <제해(齊諧)>라는 책이 있었어.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지. 그걸 보고 쓴 거야. 
- 하하하. 내가 <제해>라는 책을 안 찾아봤을 것 같아요? 
- 그래? 찾았어? 
- 천만에요.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 그러면 존재하지도 않는 책에 대해 자네는 무얼 알아냈다는 것인가.
- 그 책은 가공의 책이라는 사실이죠. 그뿐인가요. 막고야 산의 신인(神人)에 대해 설명할 때는 “견오가 접여에게서 이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는군.”이라고 시작하죠. 마치 몇 사람을 거친 전언(轉言)인양 쓰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을 걸요. “내가 이런 사람을 보았다”라고 직접 전달한다면 사람들이 그게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을 테니까, “나도 그저 들은 얘기야…”라고 빠져나갈 장치를 만들어둔 거였죠. 
- 허허. 고문(拷問)을 하는군 그래. 그래서 자네는, 대체 내가 무엇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 그 비유와 상징들 속에서, 이것이 진실임을 알게 되는 몇 가지 힌트가 있더군요. 요컨대 ‘구만리 상공으로 날아올라…’ 같은 구절이죠. 
- ‘구만리’라는 건 흔히 쓰는 거리 아닌가? 아주 긴 거리. 아주 긴 높이.
- 에이, 장자님 이후에 ‘구만리’라는 숫자가 아주 긴 거리를 뜻하는 말로 줄곧 사용된 것을 누가 모르나요. 그러나 장자님이 ‘구만리 높이’를 최초로, 역사상 최초로 사용할 때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요. 
- 그러면? 
- 대단한 힌트죠. 구만리를 킬로미터로 환산해봤죠. 
- 그래?
- 대략 36,000km가 나오더군요. 이건 결정적인 힌트에요. 
- 그게 어째서? 
- 정지궤도위성 고도.
- 허어. 정지궤도? 정지궤도 위성의 높이는 3만5천 얼마일걸?
- 그러니 더 소름이죠. 구만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3만5천 얼마거든요.
- 나도 소름이다. 아주 그럴싸해. 혹시 그걸 ‘블랙 나이트’(Black knight) 위성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뭐, 그렇게까지는. ㅎㅎ. 블랙나이트는 생긴 게 너무 이상하잖아요. 
- 못 말리겠다. 창의력 폭발하는 상상들. 
- 흥. 좋아요. 담주에는 신선 운운하는 기인들 얘길 좀 해보죠.   
 (계속)  


* 블랙나이트(Black knight = 흑기사 위성) : 인류가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전부터 지구의 남극 궤도를 돌고 있는 비행체(UFO)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음모론과 관련이 있으며,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가상의 위성을 흑기사라고 명명했다. 주장에 따르면 흑기사는 약 13,000년 동안 지구를 공전하고 있었다 한다. 공상과학소설에도 등장하고 있지만, NASA를 비롯한 책임 있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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