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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시장사람들과 어항 속 잡고기들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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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31  11: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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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모처럼 여름휴가를 얻으면 솔가(率家)해서 시골동네로 피서를 갔다. 향수를 불러오는 퍽 오래전 애기다. 그럴라치면 필수품 중 하나가 초자유리로 만든 소위 어항을 구입해 가곤했다.

어항 아구리에 된장이나 깻묵을 이겨 붙여 물속 어소(魚巢)에 놓아두고 물고기가 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서 어항을 들어 올리면 잡고기들이 잡히기 일쑤다. 된장이나 깻묵냄새에 끌려 어항언저리를 기웃대다가 돌아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이 없다손 치더라도 저렇게 멍청할까 여기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버들치, 가재, 모래무치, 붕어 등등이 어항 속 포로로 잡힌다. 가난했던 시절 그것들은 어죽으로 가공되기 일쑤였다.

워낙 투명했던 시냇물이었기에 물가에서 어소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잡고기들이 어항 속으로 다투어 들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어리석은 녀석들을 관찰하고, 맘대로 자리를 옮겨 가기도 했다.

시장은 연말연시가 가장 성수기다. 이때가 바로 명절과 함께 한해농사를 짓는 시즌이다. 그런데 올해 농사는 일찌감치 파장에 들었다는 소리가 정설이다. 시장바닥이 냉골이란다. 아랫목 윗목 할 것 없이 얼음장이란다.

일찌감치 그럴 줄 알고 채비를 했다는 시장사람들이 대다수다. 물건 많이 들여놓지 않고, 일찌감치 문 닫고, 점심녘에 점포 여는 것도 심란하단다. 시장판이 썰렁하다못해 찬바람만 오간다. 수삼년 이래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이다.

그 까닭을 그들은 어항 속 잡고기들 노니는 것 보듯 안다. 그것도 잘 안다. 그러면서도 짐짓 모르는 시늉을 할뿐이다. 장사꾼의 속내가 원래 그렇다. 냄새에 취해 맛에 취해 저 죽는 줄 모르고 어항 속 비경(秘境)에 빠져드는 잡고기들만 살판 난줄 알고 설친다. 우습단다.

시장사람들이 잡고기들처럼 자신들의 비경(?)으로 몰려들 줄 알았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른바 문재인의 세계로. 그런데 실은 그들이 청와대와 국회와 법정에서 놀고 있는 꼴을 차가운 눈빛으로 꼬나본지 여러 날 되었다.

진짜 개구리, 피라미, 가재인 그들만 모르고 있다. 머잖아 봄이 오면 그들은 어항 속 세계가 허망한 종말로 닥아 온다는 것을 체험할 것이다.

밖의 조짐도 심상찮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를 향해 수시로 드나든다는 소문이 사실이다. 공중에서 어항 속 잡고기들의 움직임을 헤아리는 격이다. 와중에 사납기로 이름난 이스라엘 사람들도 한반도 북쪽을 그냥 둘 것 같잖단다.

며칠 전 혼자 밥 먹기 좋다는 나라로 수괴를 만나러 갔다 온 남쪽대통령이란 사람 마음이 편찮을 거란다. 이해는 가지만 이대로 오던 길 가다가는 이슬처럼 사라질 거라고 한다.

살 길은 딱 하나, 모두 내려놓는 길이 그 길이다. 저질러놓은 잘못과 악행과 술수에 대해 참회와 더불어 국민의 사과를 구해야 한다. 진심으로. 하고많은 거짓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속에서 잡고기들이 놀고 파먹었다. 어항 속 비경을 줄기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시장사람들은 오늘도 썰렁한 점방을 지키고 있다. 잡고기들이 노는 꼴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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