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죄송합니다. 고객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올해 증권사가 가장 많이 한 말 중의 하나일 게다.

올해도 증권사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쉬지 않고 터졌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는 대규모 원금손실로 이어졌다.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펀드는 현지 투자자의 대출약정 위반으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겼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유진투자증권은 전산장애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실제 보유 물량의 1천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 실수로 있지도 않은 '유령채권'이 판매될 뻔 했다. 실제 고객 피해가 발생한 지난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와 결과만 다를 뿐 유사하다.

매번 그렇듯 증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진화에 급급했다.

전산 장애나 주문 오류는 올해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이전에 증권업계에서 발생했던 사례들인 만큼 시스템을 보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면 재발을 막을 수 있었을 사고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증권사의 시스템 관리능력이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게 보인다. 아니면 사과 한 마디면 또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당국은 올해 파생상품 원금손실, 펀드 환매중단 등의 사태를 계기로 내년부터 증권사에 고객보호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고객보호 전담팀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년 사업의 키워드로 고객 리스크 관리를 1순위로 생각한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과연 이 말이 말뿐인지 아니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지는 고객들이 지켜볼 것이다.

내년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그만 반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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