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장 경쟁 격화, 혁신 이어져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올해 전자·통신업계에선 5G 상용화에 따른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과 더불어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한 제조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가전 부문에선 8K TV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간 강도 높은 상호 비방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뿐만 아니다. 노조 이슈에 이어 LG유플러스의 CJ 헬로 인수 확정 등 올해는 변화의 바람이 줄기차게 불었던 한해였다. [편집자주]

SK텔레콤의 첫 5G 가입자인 EXO의 카이, 김연아 선수, 윤성혁 선수, 박재원 씨, 페이커 이상혁 선수, EXO의 백현이 기념사진을 쵤영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첫 5G 가입자인 EXO의 카이, 김연아 선수, 윤성혁 선수, 박재원 씨, 페이커 이상혁 선수, EXO의 백현이 기념사진을 쵤영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5G 상용화 시작, 경쟁 본격화 

지난 4월 3일 오후 11시경 한국에서 최초 5G 통신이 개통됐다. 통신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내며 그 명성을 이어간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초반 5G 먹통논란과 낮은 커버리지에 따른 이용자들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5G 베타 서비스’라고 비난했으며, 여전히 낮은 5G 커버리지는 내년 통신업계의 최대 숙제로 남았다.

또한 올해는 이통사들이 높은 금액의 공시지원금을 내걸고  5G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린 한해기도 했다. 이통사 판매점 및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은 소비자들에게 불법 보조금 형태로 변질돼 100만원이 훌쩍 넘는 5G 스마트폰이 10만원 상당에 판매되기도 했으며, 일부에선 소비자들이 돈을 받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5G 속도를 두고 이통사들의 비방전도 끊이지 않던 한해였다.

LG유플러스가 광고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가장 빠른 5G 속도를 제공한다고 밝히자, SK텔레콤과 KT가 측정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에 비교 공개검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통사 과열경쟁의 영향 덕분인지 1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433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10월 기준 5G 가입자수는 SK텔레콤 177만1천485명, KT 121만787명, LG유플러스 100만560명이었다.

통신사들 뿐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5G 시장선점을 치열하게 펼친 한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를 출시 시장을 선점했으며, 이후 ‘갤럭시 노트10 5G’와 ‘갤럭시 A90’까지 잇따라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5G 스마트폰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320만대의 5G 스마트폰을 판매,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74%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LG전자도 듀얼 스크린을 앞세운 ‘V50 ThinQ’로 5G 시장을 공략에 적극 나섰다.

특히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과 듀얼 스크린 무상 지급 프로모션에 힘입어 판매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1월 출시한 ‘V50S ThinQ’까지 올해 국내에서만 약 90만대의 5G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또한 10%를 기록 중이다.

내년에는 애플의 5G버전 아이폰이 출시되고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5G폰 보급도 확대될 예정이라, 이들 제조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 반도체 업계 불황 여파에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0.15% 감소한 6조2천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세계적 불황 앞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4일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R&D 및 제조 전문 인력 1만5천명도 채용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부분에서 글로벌 업체의 수주를 받아 가시적인 성장을 보였으며,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업계 1위인 소니를 기술적으로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강원 LG전자 TV소프트웨어플랫폼개발실장(상무)가 8K 콘텐츠 비교 시연을 진행 중으로 LG 8K 올레드 TV(오른쪽)는 유튜브의 8K 영상을 재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제품은 해당 포맷을 지원하지 않아 영상을 재생하지 못하고 있다.<사진=LG전자>
이강원 LG전자 TV소프트웨어플랫폼개발실장(상무)가 8K 콘텐츠 비교 시연을 진행 중으로 LG 8K 올레드 TV(오른쪽)는 유튜브의 8K 영상을 재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제품은 해당 포맷을 지원하지 않아 영상을 재생하지 못하고 있다.<사진=LG전자>

삼성 VS LG, 8K TV 진흙탕 싸움

TV시장에서는 화면 대형화 트렌드로 8K TV 경쟁이 본격화됐다. 8K TV는 7680x4320 해상도로 기존 4K TV의 3840x2160 해상도 보다 픽셀이 작아 화질이 뛰어나다. 특히 픽셀이 작은 만큼 화면이 커질수록 화질 차이는 극명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K TV를 출시해 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LG전자는 올해 ‘8K 올레드’를 출시했다. 양사는 올레드와 QLED로 이전부터 크고 작은 분쟁이 있었으나 올해 8K TV로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LG전자는 지난 9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를 통해  ‘리얼 8K TV’ 논쟁을 처음 제기했다. 이후 9월 17일 오전 8K TV 기술설명회를 개최하고 화질선명도(CM)를 근거로 ‘삼성전자 8K TV는 진짜 8K가 아니다’라고 저격했다.

LG전자는 CM값이 50% 이상인 제품이 8K TV라 부를 수 있지만 삼성전자 제품의 CM값은 12%미만으로 측정됐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오후 예정에 없던 8K 기술설명회를 급히 개최해 LG전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8K TV는 이미 충분한 픽셀값은 확보했기 때문에 굳이 CM값을 50%를 맞출 필요가 없으며 화질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시연을 통해 LG전자의 제품이 8K 콘텐츠를 재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양사의 8K TV와 QLED, OLED 경쟁은 현재 진행형으로 내년 1월 개최될 ‘CES 2020’에서도 설전이 오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조 탄생, LG전자 복수노조 허용

올해 전자업계에서는 노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16일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공식 출범해 사실상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8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로부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으로 각각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지난 18일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LG전자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새로 설립돼 기존 한국노총 노조와 함께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LG전자서비스 소속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산하의 LG전자서비스지회를 설립해 활동해왔으며 지난 5월 LG전자 소속으로 직접고용 전환됐다.

하지만 LG전자서비스 직원들은 직고용 이후 연봉삭감과 서비스 직군의 특성으로 임단협 협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숙제로 남았다.

LG전자서비스 노조는 지난 10월 고용노동부에 LG전자서비스 직군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기도 했으나 기각되기도 했다.

이통3사, 게임 시장 눈독

올해 5G가 상용화됨에 따라 이통사들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스트리밍 게임’을 5G 킬러 콘텐츠로 주목했다.

스트리밍 게임은 별도의 설치 없이 5G 데이터망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다. 또 스마트폰으로 PC혹은 콘솔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통사중 가장 빠른 지난 9월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지포스나우’를 독점 서비스한다고 밝히고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또 통신사 중 처음으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9’에 참가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1월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를 국내 독점 서비스한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지난 10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클라우드에 엑스박스로 플레이 가능한 3천500여개의 게임을 모두 서비스한다는 방침으로 향후 스트리밍 게임시장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KT도 지난 20일 ‘5G 스트리밍 게임’ 출시하고 사업전략을 소개했다.

KT는 구독형 서비스를 차별화로 내세웠다. 이용자들은 월 이용료를 납부하면 다수의 게임을 추가 결제 없이 즐길 수 있다. 현재 월 이용료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2개월간 무료체험기간을 통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내년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통신사들이 모두 스트리밍 게임 시장에 진출해 IPTV와 같은 새로운 거대시장이 만들어 질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경중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가운데)이 지난 3월 15일 허은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 사무관(왼쪽)과 이환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 사무관(오른쪽)에게 CJ헬로 지분인수를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박경중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가운데)이 지난 3월 15일 허은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 사무관(왼쪽)과 이환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 사무관(오른쪽)에게 CJ헬로 지분인수를 위한 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유료방송 시장 지각변동 예고

올해 유료방송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인수합병이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CJ헬로 인수를 승인받아 유료방송시장 1위를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

기존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2.44%였으나, CJ헬로 인수 성공에 따라 24.77%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1위 사업자인 KT(31.31%)와 격차는 6.54%포인트에 불과하다.

또 LG유플러스는 이번 CJ헬로 인수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2조6천억원, 네트워크부문에 6천200억원, 지역 뉴스 및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 지역채널에 1천900억원 총 3조4천100억원을 투자,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승인여부는 내년으로 넘어갔지만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 승인으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될 경우 시장 점유율은 24.03%다.

반면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 2017년 KT는 위성방송 서비스인 스카이라이프롤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인수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3.3%를 넘을 수 없는 합산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또 지난해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됐으나 위성방송 본연의 공적 기능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지며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딜라이브 인수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유료방송시장 1위 수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은 “경쟁사들은 IPTV 확장을 위해 케이블TV 인수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성장 방법이 있다”며 “KT는 1인 가구 증가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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