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대표 22명 교체…대규모 인사 개편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왼쪽)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사진=롯데그룹>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왼쪽)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사진=롯데그룹>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롯데그룹이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유통BU장을 교체하는 등 계열사 대표 22명을 바꾸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19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현 호텔·서비스 BU장인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송 부회장은 황각규 기존 롯데지주 공동대표(부회장)와 ‘투톱’으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한다.

황 부회장은 기존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며 그룹의 미래 사업과 글로벌 사업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송 부회장은 인사, 노무, 경영 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유통BU장에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후 임명됐다. 강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 중국사업부문장을 거쳐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아왔다.

호텔·서비스BU장에는 롯데지주에서 그룹 재무 업무를 총괄해 온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선임됐다.

이봉철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2년 롯데손해보험 대표 이사를 거쳐 2014년부터 재무혁신실장으로 일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앞으로 호텔롯데 상장 작업 등을 지휘하게 된다.

롯데그룹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의 주요 성장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조직도 전면 개편했다.

롯데쇼핑은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 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하고 계열사를 법인 사업부로 전환했다.

통합 법인이 모든 사업부의 투자, 전략, 인사를 아우르고 사업부장이 실질적인 사업운영을 담당한다.

의사결정단계를 축소해 빠른 실행력으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통합 법인은 강희태 유통BU장이 겸임한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사업부를 빼놓고 백화점 사업부장에 롯데홈쇼핑 황범석 상품본부장(전무), 슈퍼 사업부장에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 e커머스 사업부장에 롯데지주 조영제 전무, 롭스 사업부장에 롯데백화점 홍성호 전무가 선임되는 등 4개 사업부 수장이 교체됐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롯데홈쇼핑 이완신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새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기원규 롯데지주 전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에는 전형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 임명됐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1일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 합병 이후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의 양 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유임됐고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임명됐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로 운영됐던 것을 이번 인사에서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해 음료와 주류의 유통, 생산, 판매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롯데지주에서는 박현철 경영개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재무혁신실장은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새로 임명됐다.

롯데정밀화학은 정경문 전무가, 롯데비피화학은 롯데케미칼 김용석 전무가 새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중앙연구소 대표이사는 이경훤 전무가, 롯데자이언츠 대표에는 롯데케미칼 이석환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 L7 등 신규 브랜드를 안착시켰던 베테랑 호텔 경영인 김정환 대표가 용퇴하고 해외운영본부장으로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던 김현식 전무가 새 대표로 임명됐다.

롯데월드는 최홍훈 전무가 새 대표로 내정되면서 최초의 공채 출신 대표이사가 됐다.

롯데상사 대표에는 정기호 상무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에는 최세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올해 51세인 최 상무는 이번 신임 대표이사 중 최연소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284명이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올해는 170명만이 승진해 승진폭이 40.1% 감소했다. 신임 임원 수도 지난해 110명에서 64명으로 41.8% 줄었다.

여성 임원은 3명 늘었다. 대홍기획 양수경 전략솔루션1팀장, 호텔롯데 장여진 마케팅부문장, 롯데월드 박미숙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이 새로 여성 임원에 합류했다.

기존 여성 임원 중 롯데칠성음료 진은선 디자인센터장과 롯데슈퍼 조수경 온라인사업부문장, 롯데홈쇼핑 유혜승 OneTV부문장, 롯데첨단소재 강수경 선행디자인부문장은 승진했다.

새로 선임된 사업부장과 대표들은 대부분 1960년대생 50대 중반으로, 직급과 연령이 모두 낮아지면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신동빈 회장이 ‘오너 리스크’ 해소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룹의 향후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연계한 조직 개편과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로 요약된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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