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올 한해 식품업계는 각종 오너리스크와 매각 이슈로 시끄러웠다. 마약 스캔들부터 배임, 횡령 등으로 대표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또한 인구수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HMR과 뉴트로(New+Retro)가 시장 활기를 이끌어 냈다. 이에 업종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HMR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을 쏟아냈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불황 타개에 힘썼다. [편집자주]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식품안전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식품안전박람회’에서 한 시민이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

오너리스크에 몸살 앓은 식품기업들

올 한해 식품업계는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배임수재와 수십억원대 회삿돈 횡령,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도 1·2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김 대표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올 초에는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인 김정수 사장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받은 것처럼 꾸며 5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다.

프랜차이즈 상표권 지분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앞서 검찰은 본아이에프(본죽), 원앤원(원할머니보쌈) 등 경영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 등으로 기소했다.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 부부와 박천희 원앤원 대표가 개인 명의로 상표권을 등록해 사용료와 상표 양도대금 등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다.

커피·외식 프랜차이즈 M&A 이어져

유명 외식·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사모펀드에 팔렸다.

지난달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대주주 정현식 회장은 보유지분 5천637만여주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양도·양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마로푸드는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곳이다. 전체 매각대금은 1천973억원에 달한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면 해마로푸드의 경영권은 케이엘앤파트너스로 넘어가게 된다. 정 회장은 소액주주로 남으며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경영권 개입은 불가능하다.

같은달 공차코리아의 대주주인 유니슨캐피탈은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TA어소시에이츠에 지분을 넘겼다.

매각 대상은 유니슨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76.9%와 김여진 전 공차코리아 대표 등이 갖고 있는 23.1%를 합친 지분이다. 매각대금은 3천억원대로 알려졌다.

커피빈도 지난 7월 필리핀 최대 외식업체인 졸리비에 인수됐다.

미래에셋PE 컨소시엄이 75%, 기존 주주가 25%를 보유한 커피빈의 지분을 졸리비 푸즈와 베트남 1위 프랜차이즈 업체인 비엣타이가 각각 80%, 20%씩 매입했다. 매각 금액은 3억5천만달러(4천100억원) 규모다.

CJ푸드빌은 지난 4월 자회사 투썸플레이스의 보유지분 45%를 2천25억원에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로써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기존에 갖고 있던 투썸플레이스 지분 40%를 더해 총 8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가정간편식 경쟁 격화…순위 ‘요동’

올해도 HMR은 식품업계 핫키워드였다.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대로 냉동HMR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새로운 HMR 카테고리가 속속 생겨났다. 후발업체들의 공격적 사업 확대로 순위가 요동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풀무원이다. 신제품의 연이은 성공에 냉동HMR 시장점유율 5위에서 2위로 올랐다.

특히 지난 3월 선보인 0.7mm 얇은피의 ‘생가득 얇은피꽉찬속만두(얄피만두)’는 큰 인기를 끌며 시장 트렌드를 ‘교자’에서 ‘얇은피’로 바꿔나갔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월 10.4%로 업계 3위였으나 얄피만두 출시 직후인 4월 15.6%로 상승, 올해 8월 20%를 넘어서며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상온 상품죽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선전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비비고 파우치죽’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1위인 동원 ‘양반죽’을 위협했다.

비비고 파우치죽의 성장에 용기죽 중심이던 상품죽 시장에서 파우치죽의 비중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상온 수산물, 안주, 냉동피자, 냉동핫도그 등 카테고리별 HMR 신제품이 쏟아졌으며 식품기업뿐 아니라 외식기업들도 HMR시장으로 발을 뻗었다.

‘뉴트로’ 열풍…너도나도 ‘00이즈백’

뉴트로 열풍이 식품업계를 강타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과거 유행인 복고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을 의미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피로감을 느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재미있고 신선한 문화로 인식돼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뉴트로풍 패키지로 리뉴얼 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됐다.

동원F&B는 ‘양반김’ 패키지 디자인에 1986년 첫 출시 당시 사용했던 붓글씨 활자체와 전통 한국식 격자무늬를 재사용했고 롯데푸드는 ‘국화빵 딸기’를 출시하면서 과거 국화빵 패키지의 한지 느낌과 특유의 국화빵 폰트를 적용했다.

농심캘로그는 1950년대 빈티지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판 ‘콘푸로스트’를 출시했으며 팔도는 35주년 한정판으로 뉴트로 스타일을 적용한 ‘괄도네넴띤’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이후 ‘팔도 비빔면 매운맛’으로 정식 출시됐다.

뉴트로 열풍에 과거 단종 됐던 제품들이 다시 출시되기도 했다.

농심은 1982년 출시됐다가 1990년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부활시켰다. 오리온은 ‘배배’와 ‘태양의 맛 썬’, ‘치킨팝’을 재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롯데제과는 작년 3월 단종됐던 ‘갸또’를 다시 선보였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추억의 버거를 재출시했다. 맥도날드는 ‘맥치킨’과 ‘치킨 치즈 머핀’을 다시 내놨으며 롯데리아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추억 속의 레전드버거’를 조사, 1·2위를 차지한 ‘오징어버거’와 ‘라이스버거’를 일정 기간 동안 재판매했다.

광고 제작에도 뉴트로 트렌드가 반영됐다. 과거 제품CF에 출연했던 추억의 스타들을 내세워 재출시된 제품을 홍보했다.

롯데리아는 오징어버거 광고 모델로 과거 ‘크랩버거’를 홍보했던 배우 신구를 선정했으며 라이스버거 모델로 과거 동일제품 모델이었던 개그맨 남희석을 재기용 했다.

롯데제과는 ‘옥메와까(옥동자·메가톤바·와일드바디·까마쿤 통합 브랜드)’ CF 모델이었던 배우 서우를 ‘앙쌀찰찰(앙빠빠샌드·쌀로달·찰옥수수·찰떡 아이스 통합 브랜드)’ 모델로 재발탁 했다.

내수부진에 해외로 눈 돌린 ‘K-푸드’

식품업계가 수출 및 해외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세가 멈춘 내수 시장과는 달리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최근 해외에서 김이 건강한 스낵으로 인기를 끌면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 등은 현지 공장을 세우거나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지속 선보이는 등 글로벌 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김치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한국산 김치’를 미국 월마트, 크로거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시켜 현지 생산 김치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대상은 현지 매장 입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CJ제일제당도 메인스트림 진출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김치를 적극 알리고 있다.

라면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삼양식품은 3분기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9% 증가한 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초로 분기 수출액이 700억원을 넘어서며 내수 매출을 앞질렀다.

농심은 올해 3분기 해외법인 매출이 1천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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