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으로 대형마트들이 줄줄이 적자를 봤고 TV홈쇼핑업체들은 매년 오르는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올해도 IPTV업체에 고개를 숙였다. 또 면세점시장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대기업인 한화와 두산마저 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2인 가구 증가로 오프라인 유통업종 중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편의점시장에서는 17년만에 점포 수 1위 자리가 바뀌었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업계 역시 독일계 회사가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시장을 독점해 중소음식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온라인몰에 밀려 실적부진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온라인쇼핑몰에 밀려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마트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을 봤고 롯데마트는 3분기 영업이익이 60% 넘게 줄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올 3분기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61.5% 감소한 실적이다. 매출도 1조6천637억원으로 2.6% 감소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에 일본 불매운동 영향까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도 올 3분기 전년동기 대비 40.3% 급감한 1천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1% 늘어난 5조633억원을 기록한 게 그나마 호재다.

두 회사의 2분기 실적은 더 나빴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이다. 롯데마트의 2분기 매출은 1조5천9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지만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신세계에서 법인이 분리된 후 처음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말 임원인사를 내고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소비재 유통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이마트 창사 이후 첫 외부 영입이자 통상 12월 초에 나오던 임원 인사를 1개월 이상 앞당긴 신속한 결정이었다.

GS25, 17년만에 점포 수 1위 탈환

GS25가 CU를 제치고 17년만에 편의점 점포 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 GS25 매장 수가 1만3천899개라고 16일 밝혔다.

GS25의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1만3천107개였지만 올해 11월까지 792개 매장을 순증시켰다.

반면 CU의 11월 말 매장 수는 1만3천820개로 GS25보다 79개 적었다. 지난 2002년부터 줄곧 이어온 점포 수 1위 자리가 바뀐 것이다.

CU는 작년 말 기준 점포 수가 1만3천169개였지만 올해 11월까지 매장을 651개 순증시키는 데 그치면서 1위 자리를 GS25에 내줬다.

작년 말 기준 매장 수 9천555개로 3위였던 세븐일레븐은 11월 기준 1만5개를 기록했다.

GS리테일은 가맹점 수익 중심의 상생제도와 자동발주 시스템, 전략 상품의 성공과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으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자평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는 긴 호흡으로 우량 신규점을 오픈해왔고 업계 최고의 운영비 보조제도, 최대 100만원 수준의 광열비 지원 등을 운영해왔다”며 “올해 가맹 희망자 문의는 전년 대비 32% 늘었으며 다른 브랜드 편의점에서 GS25로 전환한 점포는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면세점 수익성 악화...사업포기 속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대기업들의 총애를 받던 면세점사업이 올해 들어 시들해졌다. 두산과 한화가 사업에서 철수할 정도다.

두산은 지난 10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영업을 종료한고 밝혔다.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1월이다.

두타면세점은 서울 중구 동대문 두산타워에 있다.

지난 2016년 5월 개장한 이후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함께 롯데와 신세계, 신라 등 이른바 ‘빅3’ 면세점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선 9월에는 한화그룹이 면세점사업을 접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올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년간 1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갤러리아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2016년 178억원의 손실을 낸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봤다.

이 같은 분위기에 지난달 열린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는 대기업 중 현대백화점만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열겠다고 신청해 흥행이 부진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하 또 ‘물거품’

홈쇼핑업계의 해묵은 숙원인 송출수수료 인하가 또다시 물거품됐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와 LG유플러스가 송출수수료 분쟁을 합의했다고 통보해왔다”며 “이에 따라 이번 조정 신청은 합의로 종결됐다”고 지난 13일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송출수수료를 30% 인상했음에도 LG유플러스가 올해 송출수수료를 또다시 20%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방통위에 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홈쇼핑사들은 송출수수료 인사를 요구해왔다.

조순용 한국홈쇼핑협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매출의 절반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다”며 “송출수수료가 높아지면 홈쇼핑 회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올해 2월부터는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T커머스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등이 참여한 송출수수료 협의체가 발족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홈쇼핑방송 시청자가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는 늘어나고 있다”며 “판매수수료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높이지 못해 업계 전체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가족된 배달앱 1~3위...시장 독점

배달애플리케이션 1~3위 업체가 모두 한가족이 되면서 이 시장이 독점 상태에 빠지게 됐다.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DH는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소유한 곳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다.

이에 따라 DH는 국내 배달앱 시장 상위 3개 업체를 모두 운영하게 됐다.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독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6일 논평을 내고 “1개 기업으로 배달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며 “650만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시장의 독점 장악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배달앱은 소비자에게 각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며 “배달앱 회사들이 영세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뜯어 대형 프랜차이즈에 할인혜택을 몰아주는 마케팅 또한 우려한다” 덧붙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 등을 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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