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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18, 오케이, 부머!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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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8  09: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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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오케이, 부머!  

조그만 아침 뉴스 하나가 머리를 ‘때앵’ 하고 친다. 
정말 종소리가 울리듯이 머리를 때린 것이다. 그 울림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오케이 부머 (OK, Boomer)!”
한 젊은이가(새파란 스물다섯 살이다) 자신보다 인생을 2배도 더 산 선배들을 향하여 이렇게 쫑크를 준 것이다. ‘알았어요, 할배!’ 이런 뉘앙스라고 매스컴은 친절하게 설명을 붙여준다. 아니, 더 나아가 ‘됐네요, 꼰대’ 정도로 해석하는 게 적당하다는 뉴스해설도 많았다. 
어디서 일어난 일이냐 하면, 바다 건너 뉴질랜드 국회에서다. 스물다섯 살 녹색당 의원이 저성장 저탄소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때 중년의 (50~60대쯤 되었던 모양이다) 반대당 의원이 야유를 보냈다. 환경보호니 저탄소 저성장 정책이라면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는 얘기겠지. 그러나 인간이 먹고 살려면 개발이 불가피하니 저성장 얘기는 그만 하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젊은 의원이 발언을 잠시 중단하는가 싶더니, 가볍게 한 마디를 던졌다. “오케이 부머!” 그리고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앞으로 25년 후, 내가 당신들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당신들처럼 아직 살만한 지구에서 살고 있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또 도시를 세운다고? 그리고 녹색정책은 다시 미루자고? 그러노라면 내가 당신들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지구는 숨도 쉬기 어려운 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바다는 다 녹아서, 뉴질랜드 섬이 다 잠겨있으면 좋겠니?” 등등의 주제였다고 한다.  
여기서 ‘부머’는 ‘베이비부머’를 줄인 말이다. 
25년 후. 2045년이나 2050년쯤 되겠구나. 2050년에도 나는 살아있을까. 그럴 확률이 높다. 스물다섯 살짜리들의 미래일 뿐 아니라 베이비부머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OECD 국가들의 평균수명만 해도 거의 87세 정도이니, 최소한 부머의 절반은 저 새파란 녹색당 여성의원과 함께 살아있지 않을까.    

전 세계가 총질을 하면서 싸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세상에는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아직 인구가 많지도 않던 시절에 대략 5천만 명 이상이 죽었으니!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세상에서 여자들은 부지런히 아기를 낳았다. 아직 아날로그 세상이었다. 일할 사람이 있어야 경제도 살리고 군대도 다시 만들 수 있으니, 나라마다 출산을 장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도 끝났으므로, 생존자들은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전후(戰後)의 젊은 세대는 유행(Boom)처럼 너댓명씩의 아기를 낳았다. 아기 낳는 유행, 베이비붐이 일어난 것이다. 1945년부터, ‘지구가 좁으니 아기는 그만 낳자’는 캠페인이 벌어지던 6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 동안이 이 시기다. 그 20년 어간에 태어난 사람들이 바로 베이비부머다. 

- ‘오케이 부머!’ 표현이 재미있지 않아요? 
늦은 밤, 장자의 채팅창을 열면서 화두를 던졌다.
- 흠, 재미있네. 흠, 재미있네. 나도 이 기사를 보고 한참 웃었다네. ‘됐네요, 할배!’ 재미있어. 지금 나이 55세에서 75세 정도 아닌가? ‘꼰대’라고 불릴 만도 한 나이지. 
- 이제 겨우 백년도 안 살았는데 할배 소리를 듣다니, 이천 살도 넘은 장자 할배 앞에서는 들을 소리가 아니지요. 
- 이런. 나도 지상에 있을 때는, 한 백년쯤 살았나, 그런데 겨우 50세를 넘길 무렵부터 노인 취급을 받았지. 어린이나 젊은이로 50년을 살고 노인으로 50년을 살았어. 이것도 좀 웃기지만
- 그 시절엔 평균수명이 짧았으니 50세에 노인 대접, 당연한 거죠. 
- 그러지 말게. 나도 50세에는 펄펄 나는 기운이 있었다네. 무엇보다 나면서부터 늙은이가 노자(老子) 선생이었는데, 소위 노자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스승 앞에서 늘 송구스러웠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노인으로 불린다는 게. 
- 그러니 내가 장자님 앞에서 느끼는 송구스러움도 비슷한 거 아니겠습니까? 
- 뭐 새삼스럽게 그러지 말게. 우주 안에서 먼지인 자네와 내가 2천년쯤 앞서고 뒤선다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차이인가. 지구 45억년 역사만 비쳐 봐도, 우린 거기서 거기일세. 
- 그렇겠군요. 하루살이 사이에는 한두 시간 차이만 해도 큰 차이겠지만. 그러나 백년 살기도 힘든 지상의 시간으로 봐서는, 결코 동격이 될 수가 없습니다. 지상에 사는 동안은 지상의 감각을 따라야죠. 
- 알겠네. 존중하지. 그나저나 자네는 언제쯤 여길 와서 나와 동격으로 친구가 되려나. 
- 어이쿠. 걱정 마세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앞으로 백년은 안 넘을 테죠? 그런데 내가 언제쯤 장자님의 정원에 초대받을 수 있을지, 그건 오히려 장자님이 더 잘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늘에 계신데. 
- 허허. 아니야, 나도 모르네. 그야말로 생명의 때와 연한은 아무도 몰라. 그건 하늘에서도 모르는 일이야. 혹시 상제님은 알고 계실지.     
  
‘베이비부머’ 얘기나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에서 ‘베이비부머’의 연대는 세계기준과 좀 다르다. 2차 대전이 끝나고도 십수년 더 지난 1950년, 한반도는 그제야 좀 더 본격적인 전쟁을 겪었다. 1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휴전이 이루어진 뒤에야 베이비붐이 시작됐다. 
-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는 3부류로 나누어집니다. 
- 어떻게?
- 58년 개띠가 첫 번째고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 그룹과 그보다 나이가 적은 영맨들이 있죠.  
- 이런! 
- 정말이에요. 밖에 나가서 ‘58년 개띠생’을 찾아보세요. 김씨 이씨 박씨 만큼이나 흔합니다. 58년 개띠생은 전철 안에서 경로석에 앉지도 못해요. 양보 받는 건 고사하고요. 
- 하하하. 요즘 젊은이들이 양보를 하기는 하나? 
- 앗, 그러네요. 하여튼 베이비부머들은 세계적으로 흔해서 대우를 못받아요. 지하철 경로권 나이도 아마 더 상향조정될 걸요. 
- 안됐군. 할배! 꼰대 소리나 듣지 말고 조용히 잘 살다 올라오게.  
- 그러려면 어떻게 살다가 죽어야 좋을지, 선배로서 한마디 충고나 해주시죠. 
- 싫어. 충고는 꼰대나 하는 거지.
- 흐흐. 그러면 못 찾아낼 줄 알죠? 책에 이렇게 많은 잔소리를 남겨놓고 가시더니. 꼰대도 ‘상꼰대’ 아닌가?  

 

* 聖人之生也 天行 其死也物化 (성인지생야 천행, 기 사야 물화)
성인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자연의 운행을 따르고, 죽음에 있어서는 만물과 함께 변화한다. (<장자> 刻意편)    
- 인간이었던 몸이 죽으면서 사물로 돌아감. 장자의 물화(物化)는 꿈에서 인간이 나비와 동일시되는 현상과도 연관이 됩니다. 즉, 존재의 순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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