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 규제, 배터리 소송, 타다금지법 파문 확산

[현대경제신문 이태헌 기자] 2019년 산업계는 갈등의 한해를 보냈다. 국가·기업·민간 사이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간 수출규제·관세 갈등은 글로벌 교류를 위축 시켰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배터리 시장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타다금지법'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선 규제 논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재현됐다. 그런가하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 산업계 핫이슈들을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대우조선>
<사진=대우조선>

한일 수출규제 파문, 반일 불매운동 확산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을 통한 주요 전략물자의 테러리스트 지정국 유입이 우려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즉각 한국에선 정부 차원의 일본산 대체품 개발 및 자체 개발 움직임이 일었고, 민간에서는 반일 불매 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 영향으로 일본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한국 내 일본산 자동차와 의류업체 매출 역시 역신장을 기록했다. 한국인들의 불매 운동을 폄훼한 일본업체의 경우 공식적인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연말까지도 반일 불매운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조만간 있을 예정인 한일 양국 정상간 정치적 합의에 따라 진정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반일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며 일본 노선이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국내 항공사들 역시 상당한 영업손실을 기록해야 했다. 

지난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국내 항공사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대한항공 또한 전년대비 순익이 70% 가량 줄었다. 경영상화 악화가 계속되며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개편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치 침체 불러와

작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高)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단적인 예로 교역 규모 감소에 따른 물동량 축소로 해운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조선업은 발주량 감소에 허덕여야 했다. 조선업이 힘들어지며 후방산업인 철강과 기계산업 또한 어려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다만 1년 6개월여를 이어온 미중 무역 분쟁이 2020년까진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단계 미중 무역합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합의한 상태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침해 국제소송전 진행 

올해 4월 29일 LG화학은 2차 전지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인 인력빼가기를 통해 2차 전지 관련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의 기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달 14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ITC의 명령에도 전사적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자행했으며, 법정 모독행위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증거인멸 의혹 및 법정모독 건 등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으며, 이를 '여론전일 뿐'이라 일축했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2차 전지 산업에서 굴지의 국내 기업간 국제 소송전이 발발한 것 관련 업계에선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칫 양사간 소송전이 국내 배터리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양측간 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소송을 제기한 LG화학 측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법적 끝맺음을 내고 시장 우위를 이어갈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타다금지법', 혁신산업 육성 장애 논란 점화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일부개정안(타다금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의 상임위 통과에 따라 렌트카 호출기반 서비스 ‘타다’는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어디서든 렌트카를 빌리고 운전기사를 알선 받아 목적지로 향할 수 있던 타다는 관광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때만 차량을 호출할 수 있고, 대여·반납 장소도 공항·항만 등으로 제한된다.

정부 또한 "여객법 ‘렌터카는 유상 여객운송을 할 수 없다’를 타다가 위반했다"며, "여객운송 사업은 택시 면허가 필요지만 타다는 면허 없이 택시영업을 했기에 불법"이란 입장이다. 

이어 택시는 제도적 틀 안에서 엄격하게 운영되는데 비해 타다는 제도권 밖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타다 대표는 “타다는 택시가 아니고, 택시가 되고 싶지도 않다”며 "타다금지법은 혁신사업을 구(舊) 사업 틀에 가두는 혁신금지법·붉은깃발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타다는 '11인 이상 15인 이하 렌트카를 빌릴 경우 운전기사 알선이 가능하다'는 현행법에 기반해 출현한 합법적 틀 안의 혁신 사업"이라 강조했다.

현재도 타다 금지를 둘러싼 정부-정치권과 산업계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산업계에선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현 상황에선 혁신산업 도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 지속...효과는 미비 

취임 초부터 부동산 정책 일변도를 고수 중인 현 정부는 올해 역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잇따라 추진 발표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부동산 시장 전체에 상당한 충격파를 전해줬다. 분양가 자체를 제한해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이 되어 온 신규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을 막겠다는 계획아래, 수도권 대다수 지역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 포함한 탓이다. 

연말에는 종합부동산소득세 인상폭이 적용 고시됐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려 자연스럽게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 같은 정부 노력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각종 정부 정책 시도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고 오히려 규제 외 지역에 대한 투기 열풍만 불러오고 있다는 비난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며 매물 잠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에선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해당 방안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고가 주택 구입시 대출 한도를 대폭 제한하는 걸 주요 골자로 한다.

한남3구역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이태헌 기자>
한남3구역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이태헌 기자>

재개발 수주전 과열경쟁에 '빨간불'

부동산 경기과열의 단적인 예로 꼽히던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관련 경종을 울리는 사건도 있었다. '일단 사업권만 따내고 보자',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재개발 추진 관행에 정부가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앞서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합동조사단은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하는 올해 서울권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 관련 총 20여건에 달하는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과열 수주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곳으로 조사단은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3곳 모두를 검찰 고발키로 했다.

조사단은 입찰 참여 건설사가 제시한 이주비 무료 지원, 고분양가 보장 등을 도시·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및 이를 통한 조합원 부당 이익 제공 사례로 판단했다. 조합에 대한 이익 제공은 일반분양 대상자의 부담 증가 및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3개 건설사는 정비 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이 2년간 제한될 수 있다. 또 조합에서는 입찰 중단 및 재입찰을 권고 받은 상태다.

현대중공업·대주조선해양 통합, 메가 조선사 경쟁 예고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합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2018년 수주잔고 기준 세계 1·2위 조선사간 합병 발표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 조선업계 깜짝 놀란 사건이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양사간 통합에 대해 미래 생존을 위한 방책이라 보는 의견들이 상당하다. 한중일 종선사가 수주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통합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 연말에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잇따라 대형 조선사간 통합 및 합작사 설치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1월 중국에선 국영조선사이자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과 중국선박중공이 통합 출범했다. 일본에서도 자국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이 합작사를 만드는데 합의했다.

한국의 초대형 조선사 출현 소식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과 일본 역시 초대형 조선사로 맞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통합 조선사 명칭을 한국조선해양으로 정하고 EU·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 6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신청했는데, 중국과 일본 메가 조선사 출현에 따라 기업결합 승인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경쟁당국 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들 국가에서도 초대형 조선사 등장이 예고되며 한국의 초대형 조선사 합병을 거절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이다.

금호 떠난 아시아나 HDC 품으로

올해 초 재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금호그룹에서 분리돼 시장에 나오게 된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였다.

SK와 한화 GS와 신세계 등 자금여력이 충분하다 여겨진 대기업들이 줄줄이 인수 예상 후보군에 포함됐으며, 이들 기업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시 예상 시너지에 대한 기대효과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본격 시작되자 10대 그룹 중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전무 했다. 대한항공 대비 아시아나항공의 임대 항공기 비중이 높은 편이고 항공업 자체의 경기 전망도 썩 좋지 못하다는 점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관심 저조의 원인으로 꼽혔다.

대기업 관심도가 줄자 인수전 초기부터 관심을 보여 온 애경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급등했으나, 최종 승자는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약 2조원대 이르는 과감한 배팅으로 애경을 앞서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는 건설업 경기 부진 장기화 우려 속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 필요성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연내 마무리 짓고 최대한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실리 택한 현대차 노조, 노조문화 변화 예고

최근 현대차 노조는 신임위원장으로 이상수 후보를 선택했다. 이상수 신임 위원장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전 지도부 대비되는 중도와 실리형 인사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무분별한 파업 지양’을 내걸기도 했다. 임금·단체협상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파업을 멀리하고 ‘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한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파업 없이 집중 교섭하고, 타결이 안 될시 쟁의권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상수 신임위원장 선임을 대표적 강경 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노조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찾아 올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까지 나온다.

다만 이상수 위원장 체재 아래서 회사와 교섭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이 신임위원장이 밝힌 조합원 일자리 안정, 30만대 국내 신(新) 공장 증설, 해외 공장 생산 비율제 도입, 해외 공장 물량 국내 유턴, 정년 최장 65세 보장 등에 대해 사측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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