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올해 증권가는 갑질논란과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등의 이슈로 매서운 칼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3년1개월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이 흔들렸고, 초대형IB인 한국투자증권은 검찰 압수수색을 세 번이나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편집자주]

올해는 유난히 증권가에 악재가 지속됐다. 한 사건이 잠잠해 지려고 하면 다른 사건이 튀어나와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 중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뉴스는 사모펀드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인포맥스>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인포맥스>

◇ DLS·DLF 사태부터 금융위 개선안 발표까지

지난 8월 금리연계형 DLS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DLF가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DLF는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해 9월 한때 평균 예상 손실률이 95%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연계 사모펀드(DLF)의 평균 예상 손실률도 50%를 크게 상회했다.

이후 증권사를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설계 적정성 문제가 제기 됐으며 은행의 불완전판매 행태까지 논란이 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최종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원금의 최대 손실 가능성이 20%를 초과하는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의 금융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정의해 이에 해당하는 사모펀드는 전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한 가지 바뀐 것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개선안과 달리 은행권의 신탁 판매가 일부 허용된다는 점이다.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가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한해 판매를 허용했다.

투자자들 배상에 대해서는 손실의 40~80%를 배상할 것으로 결정했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80%가 적용되는 사례가 ‘난청이 있는 치매환자’ 밖에 없고 다른 경우는 40~55% 수준의 보상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나온 배상비율을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민사소송으로 배상비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 만큼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1심에서 이기면 가집행으로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이어 사모 회사채에 투자하는 '플루토 FI D-1호'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 지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플루토-TF 1호'(무역금융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된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은 10월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상환·환매 연기 대상 펀드를 3개 모(母)펀드와 관련된 최대 157개 자(子)펀드를 약 1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했고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 3천600여명의 투자금이 묶인 걸로 파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개인투자자들과 판매사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서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원금손실 위험을 라임자산운용측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라임자산운용 회계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빠르면 이달 말 실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발표 일정은 연기 가능성도 있다”며 “라임자산운용의 투자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운용책임자였던 이종필 부사장이 잠적·도주하면서 실사 진행 속도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검찰 압수수색 세 번 한국투자증권

한투증권은 올 들어서만 세 번의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7월에는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원료성분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와 두 자녀들이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A씨의 조언을 받아 현금과 유가증권 등 재산 일부를 A씨가 관리해왔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씨의 개인 PC와 조 장관 가족 재산 관련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에도 연루돼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때 대표 주관사였던 한투증권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코스닥 3년1개월 만에 사이드카 발동

지난 8월5일에는 코스닥지수가 장중 6%대까지 급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가 코스닥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 9분 12초에 코스닥150선물가격 및 현물지수(코스닥150)의 변동으로 이후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사이드카 발동)된다고 공시했다.

발동 당시 선물가격은 836.60으로 전 거래일 종가(892.50) 대비 6.26%(-55.90p) 하락했고 현물지수인 코스닥150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903.08)보다 6.63%(-59.94p) 내린 843.14를 가리켰다.

코스닥시장에서 지수 급락에 따른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 금융투자업계 갑질논란

올해 증권가는 갑질 논란으로 유난히 잡음이 크게 일어 혼란스러웠다.

지난 10월 고(故)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운전기사와 임직원 등에게 폭언한 녹취록이 공개돼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녹취록 공개 후 여론이 악화되자 거취를 고민하던 권 회장은 이사회 의견에 따라 사퇴 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리서치센터장이 사내 직원에게 폭언을 해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일도 증권가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센터장은 프로덕션팀 사원의 업무 역량을 지적한 팀장에게 업무 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한해는 사건사고가 정말 많아 금융권은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며 “유난히 사모펀드와 관련해 사고가 많이 나와 금감원의 개선안으로 내년에는 사모펀드 시장이 안정화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투협회장 자리가 한시라도 빨리 결정돼 어수선한 상황을 잡아주길 바라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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