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상임위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도 안 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맥주 코너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맥주 코너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정치권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주류업계 화두 중 하나인 주세법 개편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정치권의 이견으로 국회 본회의가 지연되면서 주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6일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맥주와 막걸리(탁주)에 대한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던 기존 체계(종가세)를 내년부터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맥주는 1㎘당 72%, 막걸리에는 5%의 주세율을 각각 매겼지만 앞으로는 맥주 1㎘당 83만300원, 탁주 1㎘당 4만1천700원의 세금이 붙는다.

생맥주는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20% 경감해 2022년까지 1㎘당 66만4천200원을 과세한다.

개정안은 맥주와 막걸리의 주세율을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올리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주세율은 2021년부터 통계청이 발표하는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률을 반영해 산출하도록 했다.

변경 주기는 매년 3월 1일이다. 주세율은 시행령 변경사항이라 전년도 물가상승률 확정 후 시행령 변경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다.

이 안건은 국내 맥주업계의 숙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해 주종에 따라 5∼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맥주의 세율은 72%다.

다만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기준은 다르다. 국산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기준이지만 수입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용이 포함된 수입신고가가 기준이다.

하지만 수입신고가에는 홍보·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미 국산맥주 가격을 내린 업체들도 많다.

제주맥주는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제주 위트 에일’과 ‘제주 펠롱 에일’ 모든 패키지 가격을 지난달 1일부터 인하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500㎖ 캔맥주의 출고가는 12.5% 낮아졌고 캔맥주(355㎖)와 병맥주(630㎖, 330㎖), 생맥주 케즈(20L) 출고가는 평균 20% 낮췄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2020년 주세법 개정이 가져올 맥주 시장의 질적 성장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고자 출고가 인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도 10월 말 부터 ‘카스’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했다. 이에 따라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기존 1천203.22원에서 1천147원으로 4.7% 내려갔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안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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